대한민국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장해 왔다. 농촌을 희생해 도시를 키웠고, 지방 대신 수도권에 국가 자원이 집중되는 식이었다. 또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이 먼저였고, 특정 지역과 계층, 산업을 우대했다. 불균형 발전이 누적된 결과, 수도권은 과포화되어 성장력이 한계에 부딪힌 반면 지방은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붕괴, 생활 인프라 악화로 소멸 위기에 놓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취임 3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지방과 중앙의 과도한 불균형이 우리나라 지속적 성장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한 지적은 국가의 구조적 위기를 정확히 진단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건 추세를 반전시킬 국가 발전 전략과 실행력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방 시대’ 등의 구호가 되풀이됐지만 수도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구도가 되레 심화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실적인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고, 지역 주민은 번번이 ‘희망 고문’을 견뎌야 했다. 대통령의 국토균형발전의 의지가 구두선에 그치지 않고 국가 발전 전략으로 채택되고 실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정책이나 예산 배분에 지방 배려를 넘어서, 우선 정책을 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추세 반전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인구 소멸 지역에 ‘소비쿠폰’이 추가 지급되는 사례를 들면서, 지역별 가중치를 적용해 지방교부세 등을 더 받는 법제화 추진을 언급한 것도 주목된다.
“지역 소멸을 막겠다”고 강조하면서 부산의 현안을 콕 찍어 설명한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에 대전과 충남이 반발하는 것과 관련해 “부산이 해수부가 있기에 적정하다”며 이전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면 멀수록 심각’해지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사정, 특히 “부산 상황이 사실 매우 심각하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위급성을 설명하며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한 대목은 국정 최고 책임자의 바람직한 모습으로 평가된다. 해사법원의 부산 설치 역시 인천과 경쟁하는 구도인데, 앞으로 정부는 불균형한 발전의 피해를 입은 비수도권 지역을 우선 지원하는 원칙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취임 30일 만에 대통령이 수도권 일극주의를 성장의 걸림돌로 규정하고 균형을 강조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또 수도권 신도시 개발이 지방의 시선에서 볼 때 ‘목마르다고 소금물 마시는 격’이라고 비유한 대목은 발상의 전환으로 읽힌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의지보다 실행력이다. 대통령의 공약조차 수도권 기득권의 벽에 가로막히거나, 정치권과 관료의 저항에다 지역 간 갈등이 겹쳐 흐지부지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5극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공약을 재차 다짐했다. 수도권 일극주의가 타파되지 않으면 국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대통령의 실행력을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