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전역에 설치된 무인단속카메라가 정기검사를 받지 못해 오는 10월부터 무더기로 멈출 위기에 처했다. 수억 원에 달하는 정기검사비용이 과하다며 울산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되면서다. 이에 따라 지역 교통사고 예방과 직결된 무인단속카메라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13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시의회는 지난달 20일 울산시가 올린 제1회 추가경정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울산시 자치경찰위원회에 책정된 무인단속장비 정기 검사 비용 6억 61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다만 무인교통단속장비 10대 구매 비용 3억 4500만 원은 통과시켰다.
올해 7월 기준 울산지역 도로에 설치된 무인단속카메라는 모두 947대다. 울산시의회가 삭감한 6억여 원은 4분기 134대(약 14%)의 정기검사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단속장비의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1회 정기검사를 하도록 규정한다. 울산경찰청은 “무인단속카메라 134대가 정기검사를 받지 않으면 오는 10월부터 올해 안에 모두 운영 중지된다”고 밝혔다. 과속이나 신호위반 등을 적발하는 무인단속카메라 10대 중 1~2대꼴로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향후 울산시가 추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무인단속장비의 교통사고 예방 효과가 크게 저하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예산 삭감을 둘러싼 기관 간 시각차도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울산시가 관련 비용을 자치경찰위원회에 배정하면 실제 운용은 경찰이 하는 구조다.
정작 울산시 자치경찰위원회는 비용 부담이 과하다며 정기검사 주기를 연장하자고 주장한다. 울산시 자치경찰위원회 관계자는 “해마다 무인단속장비 정기 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는 비율이 1~2%에 불과해 검사주기를 2년에 1번으로 연장하면 예산 수십억 원을 아낄 수 있다”면서도 “아직 제도 개편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2차 추경에는 검사 비용이 다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 심의권을 쥔 울산시의회는 시의회대로 검사 비용 확정에 난색을 보인다. 지자체가 연간 수십억 원씩 예산을 쓰는데 과태료 수입은 고스란히 국고에 들어간다는 불만이 크다. 올해 울산시 자치경찰사무 예산 31억 원 중 무인단속장비 정기검사 비용은 이번에 삭감된 6억여 원을 합해 약 13억 원(34%)으로 책정된 상태다. 울산시의회 관계자는 “무인단속카메라 설치가 늘고 있어서 덩달아 지자체 부담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지자체 재원이 투입되고 관리되는 시설인 만큼 과태료 수입도 지자체에 귀속하는 것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울산지역 무안단속장비 과태료 수입은 335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등 중앙재정당국은 “이미 지방소비세율 인상을 통해 자치경찰사무(전환사업)에 대해 보전하고 있다”며, 제도 개편 없는 재원 이양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인단속카메라를 운영하는 울산경찰청은 돈줄이 막혀 난감한 상황이다. 1대당 수천만 원짜리 무인단속장비를 정기검사를 받지 못해 놀릴 수는 없지 않으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무인단속장비의 사고 예방 효과는 익히 검증된 사실”이라며 “정기 검사는 경찰 단속 행정의 신뢰성과 직결돼 있고 관련 소송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