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을 관통하는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부산·울산·경남의 초광역경제권 구상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10일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의 문턱을 넘은 광역철도는 부산 노포역에서 KTX 울산역까지 11개 정거장을 45분 만에 연결하면서 동남권을 1시간 생활권으로 변모시키게 된다. 이 철도 사업은 국토균형발전의 구현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전국을 5개의 초광역권(극)과 3개의 특별권역(특)으로 나눠 고른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전략과 맞닿아 있어서다. 따라서 부울경 광역철도는 단순한 교통망 확충을 넘어 초광역경제권 구축을 견인하는 핵심 인프라가 돼야 한다.
부산과 울산, 경남 양산은 생활·산업·문화 등 영역에서 사실상의 공동체 환경을 갖췄지만, 이를 뒷받침할 교통체계가 미비했다. 과거 메가시티가 추진되다 좌절됐고, 현재 행정통합 논의가 조심스럽게 진행 중인 이면에 지역민 사이의 ‘심리적 거리감’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부울경 3개 시도는 초광역경제권 구축의 핵심 요소로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교통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보고 2023년 예타에 도전했고, 세 차례 발표 연기 끝에 통과하게 됐다. 그간 3개 지자체의 공동 건의문과 지역 정치권의 기자회견 등 역할 분담과 협력 체제가 낳은 성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예타는 시작일 뿐, 첫 삽을 뜨고 완공하기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올해 안에 거쳐야 할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용역 등의 절차가 녹록지 않다는 점을 각오해야 한다. 앞선 예타에서 경제성(B/C) 부족에 번번이 발목이 잡혔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고질적인 예산난, 사업 지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부울경 3개 지자체의 긴밀한 협력 체제 유지도 중요하다. 공동 건의문을 제출하는 단계에서는 합의가 수월해도 지역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사업 전체의 동력이 꺾일 수 있다. 무엇보다 지역 내 교통망과 촘촘하게 연결되는 노선, 환승 체계를 마련해 실질적인 생활권 통합을 구현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부울경 광역철도는 교통 인프라의 범주를 뛰어 넘어 정치적, 행정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수도권 일극 체제 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국가 과제를 실현하는 시험대의 성격을 갖고 있어서다. 이 사업이 성공하면 광역권을 추진하는 타 지역의 모범 사례가 된다. 부울경 광역철도의 조속한 착공과 차질 없는 추진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5극 3특’ 분산으로 바로잡겠다고 약속한 새 정부는 재정적·정책적 뒷받침 등 지원책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광역철도는 부울경을 하나의 생활·경제·행정 권역으로 엮는 물리적 연결축이다. 광역철도를 계기로 초광역경제권 구축 논의도 본격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