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추진’ 금정산 고당봉 정상 표석에 ‘본드 테러’(종합)

입력 : 2025-07-13 15: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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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당’ 글자 위에 ‘금정’ 글자 적힌 종이 붙여
종이 떼어냈지만 접착제 남고 글자 훼손
과거에도 표석에 거울·현수막 테러 ‘수난’

국립공원 지정이 추진되고 있는 금정산 정상 고당봉 표지석에 누군가가 ‘금정’이라는 글자가 적힌 종이를 본드로 붙여 표지석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현재 종이는 제거됐지만 접착제 등 잔여물이 남았고 일부 글자가 벗겨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사)범시민 금정산보존회 제공 국립공원 지정이 추진되고 있는 금정산 정상 고당봉 표지석에 누군가가 ‘금정’이라는 글자가 적힌 종이를 본드로 붙여 표지석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현재 종이는 제거됐지만 접착제 등 잔여물이 남았고 일부 글자가 벗겨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사)범시민 금정산보존회 제공

국립공원 지정이 추진되고 있는 금정산 정상 고당봉 표석에 누군가가 ‘금정’이라는 글자가 적힌 종이를 본드로 붙여 표석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했다.

13일 부산 금정구청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금정구 정상 해발 801.5m 고당봉에 세워진 표석이 훼손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표석에는 금정산 고당봉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고당’이라는 글자 위에 누군가 ‘금정’이라고 적힌 노란 종이를 접착제로 붙였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구청 직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글자가 적힌 종이는 이미 떼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고당’ 글자 일부는 접착제로 인해 일부 벗겨졌다. 표석에는 접착제 등 잔여물이 남아 있어 구청은 14일 전문 업체를 통해 제거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사)범시민 금정산보존회에 유진철 회장은 “10일 저녁부터 11일 새벽 사이 벌어진 일로 보이는데, 국립공원 지정을 앞두고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져 우려된다”며 “금정산에서 활동하는 무속인의 소행으로 보이는데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정산 고당봉 표석이 겪은 수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8년 6월 누군가 표석 뒷면에 세로 1m, 가로 30㎝의 거울 3장을 덧대 뒷면에 적혀있던 축문이 완전히 가려진 일이 있었다. 축문은 태평양을 향해 뻗어가는 금정산의 기상을 표현하는 내용인데, 당시 무속인들 사이에서는 표석에 거울을 붙인 행위는 ‘금정산의 기운을 뽑아간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듬해 10월에는 표석에 가로 50㎝, 세로 1m 크기의 현수막이 붙기도 했다. 현수막에는 ‘금정봉(金井峯)’이라는 한자와 함께 ‘이 돌이 깨어 부수어지는 그 날까지 떨지 마시라’ ‘앞뒤 사진을 찍어 알려주십시오’ 등이 적혀 있었다. 당시에도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무속 행위 공간이 사라질 것을 염려한 일부 무속인의 소행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금정산 고당봉 표석은 2016년 8월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 속에서 낙뢰로 기존 표석이 쓰러지자, 시민들이 모금 캠페인을 벌여 다시 세웠다. 금정구청 관계자는 “현장에는 CCTV가 없어 범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며 “경찰 수사 의뢰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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