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문화시선] '핫플'이 된 미술관

입력 : 2025-07-13 17:56:24 수정 : 2025-07-13 21: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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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선임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전시한 론 뮤익의 자화상 '마스크 II'를 관람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전시한 론 뮤익의 자화상 '마스크 II'를 관람하는 모습. 연합뉴스
론 뮤익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관람객 모습. 김은영 기자 론 뮤익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관람객 모습. 김은영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론 뮤익’ 전시가 개막 90일 만인 지난 10일 누적 관람객 50만 명을 돌파했다. 4월 11일 개막 이후 하루 평균 5590명 이상이 관람해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가장 흥행한 전시가 됐다. 13일 막을 내린 이 전시는 서울에서 열렸지만, 기자도 5월 초 보고 왔다. 처음 간 날은 너무 많은 인파로 관람을 포기하고 돌아섰고, 다음 날 아침 ‘오픈런’ 대열에서 돌아볼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그즈음이 관람객 10만 명을 돌파할 때였고, 국립현대미술관 담당 학예사는 “론 뮤익의 인물 조각은 보편적인 모습을 담은 익숙한 인간상을 리얼하게 구현해서 보는 즉시 감성을 자극하고 공감을 끌어낸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지만, 그렇게까지 많은 사람을 불러 모을 전시였나 싶기도 했다.

물론 아시아 최초로 소개한 론 뮤익(1958년) 회고전에다 생애 통틀어서 48점밖에 안 되는 작품 가운데 두개골 100개로 이뤄진 ‘매스’ 등 조각 작품 10점과 스튜디오 사진 연작 12점, 다큐멘터리 필름 2편 등 총 24점을 선보이고, 작가가 워낙 대중한테 드러나지 않은 점도 흥행에 한몫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론 뮤익의 '매스' 전시 모습. 연합뉴스 론 뮤익의 '매스' 전시 모습.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론 뮤익 전시의 성공 원인을 당시엔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뒤늦게 나온 분석을 종합하면, 2030 관람객이 70%나 됐고 국립현대미술관 SNS 채널의 관련 게시물 노출 수는 325만 건이 넘는 등 2030이 미술관의 변화를 강하게 추동했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SNS로 소비되는 2030의 전시 관람 방식을 평가절하하는 의견도 없지 않으나, 이것조차도 2030 세대의 소통 방식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터부시할 건 아니라고 본다. 젊은 층이 모여들며 ‘핫플’이 되고, 일상으로 파고든 미술관이 그저 부러웠다.

힐마 아프 클린트가 청소년기에 그린 '10점의 대형 그림, No.3'(1907). 힐마 아프 클린트 재단 제공 힐마 아프 클린트가 청소년기에 그린 '10점의 대형 그림, No.3'(1907). 힐마 아프 클린트 재단 제공

다가오는 주말인 19일 부산서도 또 하나의 화제 전시 ‘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이 국내 처음으로 개막한다. 10월 26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릴 이 전시는 스웨덴의 추상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1862~1944)의 예술 세계를 국내 처음으로 조명하게 된다. 특히 그의 대규모 회화 연작은 당시 유럽 추상 미술의 대표 예술가인 칸딘스키(1866~1944)나 말레비치(1879~1935)보다 앞서 추상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미술사의 흐름도 재고하게 만든다.

일본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 이어 서울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부산을 찾는 전시여서 얼마나 많은 국내 관람객이 찾을지 궁금하다. 유료이긴 하지만, 입장료는 도쿄(성인 기준 2300엔)의 절반 수준인 1만 원이다. 18일까지 사전 예매는 더 싼 6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어렵사리 부산에서 유치한 대형 전시인 만큼 많은 이가 보고 즐기면 좋겠다. 올여름 피서는 미술관에서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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