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장기간 학교를 떠났던 의대생들이 전격적으로 학교 복귀를 선언하고 나섰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지난 12일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입장문을 내고 전원 학교로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2월 동맹 휴학에 들어간 지 약 1년 5개월 만이다. 그동안 정부가 유화 조치를 잇따라 밝혔음에도 응답조차 하지 않던 의대생들이었기에 이들의 복귀 선언은 의정 갈등을 풀 열쇠로 여겨진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대정부 투쟁 수위가 낮아지고 복귀 희망 의대생들도 늘어나자 협회 집행부가 강경 투쟁 일변도 입장에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의대생들이 복귀 선언을 했다고 해도 이들이 곧장 강의를 받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학사 일정 차질을 우려한 정부와 학교 측이 지난 학기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복귀 시점을 넘긴 의대생들에게 곧장 수업을 허용할 경우 당장 불거질 형평성 논란 때문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미 전국 40개 의대의 유급 대상자는 8000명이 넘고 제적 대상도 46명에 이른다.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협회 측이 학생들의 복귀를 전적으로 환영한다면서도 학사 유연화에는 선을 긋고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일단 학생들이 정부와 대학에 복귀 길을 열어달라고 백지 위임을 한 만큼 향후 여름 방학 동안 복귀 방안을 놓고 치열한 논의가 예상된다.
의대생들이 전원 복귀를 선언하자 남은 관심은 의정 갈등의 또 다른 주체가 돼 온 전공의의 거취에 집중된다. 전공의도 지난달 강경파로 분류되던 비대위원장이 물러나고 대화파에 속하는 새 비대위원장이 들어서면서 복귀 논의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료개혁 실행방안 재검토, 입대 전공의에 대한 수련 연속성 보장 등 선결조건을 제시한 상태다. 이들은 오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만나 이달 말 하반기 전공의 모집 공고 등을 통해 복귀하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정부도 특혜로 인한 형평성 논란 등을 우려해 아직까지는 이들의 움직임을 관망중이지만 곧 복귀 스케줄을 마련할 모양새다.
유례 없이 장기화한 의정 갈등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큰 비용을 치러야 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와 그 가족들이 받아야 했던 고통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환자단체들이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복귀에 앞서 한마디 사과도 없다며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복귀가 가시화한 것은 반가운 일이나 이들이 “의정 갈등은 정부 오판이 키운 문제였다”며 슬며시 돌아오기엔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이 만만찮다. 그들은 자신들의 복귀가 곧 의료 정상화라는 생각을 할지 모르나 진정한 의료 정상화는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다. 지역 필수의료 문제 해결 등 진정한 의료개혁 시작의 원점으로 돌아오는 그들의 마음가짐은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