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한 홍수로 129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텍사스주 홍수 피해 지역에 또 폭우가 내려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이 폭우로 실종자 수색은 일시 중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피해 지역을 찾은 지 이틀만으로,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대응을 두고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미국 기상청(NWS)은 텍사스 중부 힐 컨트리에 이날 오후 7시까지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지난 4일 내린 폭우로 범람한 과달루페강 일대와 대도시 오스틴, 샌안토니오 서북쪽 내륙 일대가 홍수 영향권에 들었다.
NWS는 홍수주의보를 내린 지역의 강수량이 평균 51~102mm, 일부 지역은 305mm에 이를 수 있다고 예보했다. 특히, 과달루페강 수위는 범람 기준인 약 1.5m보다 높은 4.6m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로 인해 8일째 이어지던 실종자 수색 작업은 일시 중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피해 지역인 텍사스주 커빌을 찾아 신속 대응을 지시하는 등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FEMA의 대응을 둘러싸고 책임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NBC 뉴스 인터뷰에서 “FEMA가 신속히 대응했고 텍사스주 당국도 이를 칭찬했다”고 주장했다.
놈 장관은 특히 자신이 지난달 10만 달러 이상의 FEMA 지출에 대해 사전 승인을 요구한 내부 메모가 대응을 지연시켰다는 비판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홍수가 발생한 지 한두 시간 내에 국토안보부 자원을 현장에 투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놈 장관은 지난달 11일 자로 FEMA를 포함한 국토안보부 산하 기관에 보낸 메모에서 10만 달러 이상의 모든 계약을 장관 사무실에 제출하고 최소 5일간 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전·현직 FEMA 관계자들은 이 조치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FEMA가 관리하는 국가 구조팀의 투입 여부는 지난 8일에야 일일 보고서에 처음 등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FEMA 전·현직 관계자 4명에 따르면 이 지출 승인 제한 때문에 구조팀 투입이 늦어졌다고 전했다.
전 FEMA 관계자는 “보안 인력, 도로 정비용 톱 작업 인력 등 예전에는 즉각 배치됐을 자원들이 이제는 장관 승인을 거쳐야 해서 지연됐다”며 “FEMA가 원래도 빠른 조직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더 느려졌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텍사스 홍수 피해자들이 수천 건의 전화를 걸었지만 응답이 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놈 장관이 콜센터 계약을 갱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놈 장관은 “계약은 유효했고 단 한 명의 직원도 쉬지 않았다”며 “모두가 전화를 받고 있었다”고 반발했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놈 장관은 지난 10일 콜센터 지원 계약을 승인한 것으로 기록돼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11일 텍사스주 피해 지역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커빌에 마련된 임시 재난대응센터를 찾아 구조 대원을 격려했다. ‘텍사스 스트롱’(텍사스를 강하게)이라는 글이 적힌 단상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보다 더 훌륭한 사람들은 없다. 정말 누구도 이렇게는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FEMA 폐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FEMA 폐지를 주장해왔던 것과 대비되는 행보를 보인 셈이다. 정부 효율화 차원에서 FEMA를 폐지하고 재난 구호 자금을 연방정부가 아닌 주정부로 직접 보내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 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FEMA가 과거 재난 대응에서 실책을 저질렀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허리케인 시즌이 다가오고 있고 홍수로 129명이나 숨지는 참사가 벌어지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FEMA를 폐지하는 대신 재편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하고 있다. 노엠 장관은 “대통령은 FEMA를 다시 만들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지난 5월 중순 기준 FEMA 인력은 전체의 3분의 1인 약 2000명의 정규직 인력이 줄어들었다. 상당수는 해고나 조기퇴직 프로그램을 통해 감축됐다.
한편, 지난 4일 텍사스주에 내린 폭우로 과달루페강 상류 인근 숙소에서 머물던 캠프 참가 청소년 36명을 비롯해 129명이 숨졌고, 160여 명이 실종됐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