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원자력발전소에서 발견된 ‘비순정 베어링’(부산닷컴 4월 4일 자 보도)이 부산 고리원전에도 대량 납품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리 1·2호기에는 6개가 실제 설치됐다가 최장 6개월 만에 교체됐다. 경찰은 납품업체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14일 부산 기장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원자력 부품 납품업체 4곳을 원산지인증서 서류를 위조해 비순정 베어링을 납품하는 등 업무를 방해한 혐의(원전감독법 위반·사기 등)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4개 업체 중 1곳은 한울·새울 원전에 부품을 납품했으며 3곳은 고리원전에 납품했다. 이들 업체 중 부산 관내에 있는 업체는 1곳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수력원자력 측에서 수사를 의뢰한 후 지난달 기장서에서 부산지방경찰청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한수원 측이 제기한 혐의점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수사 중인 ‘비순정 베어링’이 사용됐다는 의혹이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 4월이다. 베어링은 전동기를 지지하고, 마찰에 의한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장비다. 한수원은 한울 1호기 충전 펌프에 설치된 전동기 베어링 가운데 일부가 비순정품으로 확인되자 공급한 업체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후 한수원이 현황 전수조사에 나선 결과 부산 고리원전에서도 해당 제품이 납품된 것으로 확인됐다. 스웨덴 기업인 SKF사의 정품 베어링이 납품돼야 하지만 비순정 제품이 공급사 3곳을 통해 고리원전으로 들어왔다.
고리원자력본부가 현재 보관하고 있는 1412개의 베어링 중 비순정품은 489개로 확인됐다. 비순정품 6개가 고리 1호기와 2호기에 실제로 설치되기도 했다. 고리 1호기에는 비순정 베어링 2개가 지난해 8월 설치됐다. 고리 2호기에는 지난해 8월 비순정품 2개가 설치됐고, 지난해 10월 1개, 지난해 12월 1개가 설치됐다.
비순정품은 최장 6개월가량 설치돼 있다가 비순정품으로 확인된 지난달 27일 교체가 완료됐다. 고리 2호기는 원자로가 꺼진 상태지만 재가동을 위한 유지 설비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 한수원 고리본부 관계자는 “육안 검사만으로는 정교하게 제작된 비순정품 선별에 한계가 있었다”며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