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의 일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캐나다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계획보다 일찍 귀국한 뒤, 지난달 22일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기까지 1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펼쳐진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중동 상황’을 이유로 캐나다에서 급거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 귀국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협상 때문”이라는 발언이 알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더 큰 일이 있다”며 발끈했다.
그 뒤는 모두가 알게 됐듯, 트럼프 대통령은 B-2 폭격기를 동원해 이란 핵시설에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하는 결정을 내렸다. 앞서 이스라엘은 핵 위협을 원천 차단한다는 이유로 이란을 선제공격했다. 이에 이란이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최강 미사일 방공망 ‘아이언돔’을 무력화하면서 ‘확전’으로 나아가는 상황이었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다. 이란 핵시설 타격이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미국이 꺼려온 타국 전쟁에 개입하는 일이었다. 특히 벙커버스터 투하는 이스라엘이 미국에 꾸준히 요청해 온 사항이었는데,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카드를 썼다.
이 모든 과정은 마치 엔터테인먼트처럼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벙커버스터가 이란 지하 핵시설에 떨어지는 영상은 현실인지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벙커버스터 투하 결정 시점부터, B-2 폭격기가 미국 어디에서 벙커버스터를 싣고 출발해 어떤 과정으로 투하됐는지 자세하게 보도했다. B-2 폭격기에 탄 조종사 2명의 준비 과정을 전직 조종사 인터뷰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기사도 있었다.
우리나라 언론들도 외신 기사를 바탕으로 화려한 그래픽을 동원해 벙커버스터 투하 과정을 보도했다. 일련의 기사를 읽으면서 씁쓸함이 커졌다. 세부 정보를 자세히 알면 알수록 전쟁이 실제 사람이 죽고, 유족이 생기는 슬픈 일이 아니라 버튼 하나만 누르면 폭탄이 떨어지고 목표물이 파괴되는 엔터테인먼트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드론 폭탄만 해도 현실이라기보다 게임 속 한 장면 같아서 위화감을 느꼈었는데, 그 감각이 되살아났다.
최근 아주 오랜만에 찾은 극장에서 본 ‘미션 임파서블’ 마지막 시리즈가 시시하게 느껴졌던 건 이런 현실 때문이지 싶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영화답게 톰 크루즈 특유의 맨몸 액션이 이번에도 등장했다. 톰 크루즈가 맨손으로 경비행기에 매달려도, 실제 미사일이 떨어지는 현실만큼 실감이 나지는 않았다. 전쟁은 엔터테인먼트가 아닌데 영화를 뛰어넘는 현실에 착잡해졌다.
가자 지구에서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13일(현지 시간)에도 단지 배급소에 물을 길으러 갔을 뿐인 팔레스타인 어린이 6명이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으로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미사일 오작동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스러진 목숨 앞에서 비겁한 변명으로 들린다. 전쟁은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