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차적으로 단계를 밟아온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경남 공론화위원장 사퇴라는 암초를 만났다. 계획된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차질이 없다는 게 부산시와 경남도의 설명이지만, 그간 기대감을 보여 온 시도민들의 우려를 해소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14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권순기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 공동위원장이 사임했다. 그는 “언론에서 교육감 출마 예상자로 거론됨에 따라, 공동위원장 자격을 유지하는 것이 위원회 활동과 도정에 부담을 줄 우려가 높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이를 두고 이미 공론화위 활동 계획이 확정돼 있는 데다 경남도가 즉각 새 공동위원장 임명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연내 행정통합 최종안 마련에 문제가 없다는 게 각 시도 입장이다.
그러나 시도민들은 물론 공론화위 내부에서도 이번 권 공동위원장의 사임을 두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지난해 11월 공론화위가 출범, 활동에 나섰지만 경남의 관심도는 여전히 저조한데다 지역 내 이견이 외려 커지고 있는 상황에 경남 측 행정통합 공론화위 수장이 공백 사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2일 경남 양산에서 열린 경남 동부권(양산·김해·밀양) 행정통합 시도민 토론회는 160여 석 규모의 행사장에서 진행됐지만 일부 김해·밀양 지역 참석자를 제외하면 양산 읍면동 주민자치위원, 이·통장 등이 자리를 채우는 수준에 그쳤다. 이마저도 기조 발제 후 토론회 진행을 위해 장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절반 넘게 떠나면서 빈자리는 눈에 띄게 늘었다.
또한 지난 11일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에서 열린 서부권(진주·사천·산청) 행정통합 시도민 토론회에서는 통합청사 진주 유치 주장이 제기됐는데, 이를 두고 일부 지역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청사 부지를 둘러싸고 부산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반응은 없지만 경남 중·동부권에서는 반발 기류가 거세게 일고 있다. 통합 청사가 진주로 가는 데 반대하는 주된 논리는 “이는 서부권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며 균형발전은커녕, 소지역주의”라는 것이다.
여기다 권 공동위원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공론화위 안팎에서 나온다. 한 공론화위 관계자는 “권 공동위원장은 일찍부터 경남도교육감 후보군으로 오르내렸으며 본인도 당연히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면서 “결국 공론화위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등 위원장 활동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고 힐난했다.
이에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에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여권에서 다양한 정책을 쏟아부으며 속도를 내고 있는데, 자칫 부산과 경남의 미래인 행정통합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며 “두 단체장이 공론화위 활동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