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용호초등학교 앞 통학로가 폭 1.3m에 불과한 ‘좁은 길’에서 벗어난다. 오랜 기간 지지부진했던 확장 사업이 교육지원청과 지자체의 협력으로 물꼬를 트면서, 학부모와 주민들의 오랜 통학 안전 우려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교육지원청이 학교 부지를 매각하고 지자체가 이를 매입함으로써, 향후 소유권 분쟁 가능성도 완전히 해소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부산시남부교육지원청은 용호초 앞 통학로 확장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고 15일 밝혔다. 교육지원청은 지난해 9월부터 부산 남구청, 용호초와 함께 학교 담장을 뒤로 옮기는 방식으로 통학로 부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협의해왔다. 이를 통해 기존 폭 1.3m에 불과했던 통학로가 1.8m까지 넓어질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2023년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 이후 추진됐다. 당시 등굣길이던 초등학생이 지게차에서 떨어진 물건에 부딪혀 숨지는 사건을 계기로, 통학로 안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빠르게 확산됐다. 이후 구도심 학교를 중심으로 담장이나 화단 등 학교 부지를 활용한 통학로 확장 사업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통학로 확장 사업은 교육청 소유의 학교 부지를 지자체가 무상으로 일정 기간(최장 20년)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이 경우, 토지의 소유권은 여전히 교육청에 남아 있어 향후 도로 유지·관리 책임을 둘러싼 권한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었다.
이번 용호초 사례는 남구청이 해당 부지를 직접 매입해 소유권과 관리권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교육지원청은 학교 담장 이전과 해당 부지 매각을 결정했고, 남구청은 약 1억 8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토지를 매입했다. 교육지원청이 학교 부지를 매각하고, 지자체가 이를 매입해 통학로를 확장한 사례는 이번이 전국 처음이다.
남부교육지원청은 앞으로 담장 이전 공사와 도시계획선 변경 요청, 공유재산 심의, 행정재산 매각 등 후속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통학 환경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천은숙 남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이번 사업은 통학로 안전 확보는 물론 공교육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도시계획선 변경과 공유재산 심의 등 행정 절차도 차질 없이 마무리하겠다. 끝까지 함께 힘써준 오은택 남구청장과 용호초 관계자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