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직원 평가의 본질…납득 가능한 평가

입력 : 2025-09-11 17:20:37 수정 : 2025-09-14 13: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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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현 업스트림코칭컴퍼니 대표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 곧 4분기, 2025년을 돌아보고, 조직과 개인에 대한 회고와 평가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다. 부산 지역경제를 이끄는 기업의 대표님들과 인사담당자들은 또 다시 '평가'라는 숙제 앞에서 깊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이 과정에서 우리는 왜 늘 구성원의 불만과 논란에 직면하게 될까?

객관성과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제도를 설계하지만, 정작 보상 시즌만 되면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 오늘은 그 본질적인 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평가, 왜 이토록 어려운 것인가?

나는 25년 동안 인사 업무를 하며 삼성, SAP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에서도 평가와 보상에 대한 불만과 어려움을 마주했다. 심지어 최고의 시스템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이들 기업조차 평가의 난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걸까?

평가와 보상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문제에서 기인한다. 첫째는 제도 설계 단계에서의 문제이고, 둘째는 운영 단계에서의 문제이다. 설계는 대표와 인사의 책임 영역이며, 운영은 실제 평가를 수행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리더의 책임 영역이다.

우리는 평가 제도를 설계할 때 '모두가 만족할 만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라는 목표에 집착한다. 그러나 평가 제도는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기에 완벽한 객관성이나 공정성을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고, 각기 다른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이제 우리는 평가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수용성, 즉 납득 가능성에 집중해야 한다. 진정으로 좋은 평가는 피평가자가 그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는 평가이다. 보상 시즌마다 뒷말이 무성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구성원이 자신의 성과에 대한 리더의 평가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피드백 수용성이 낮아지는 걸까? 이는 리더가 인지하는 구성원의 성과와 구성원 스스로 인지하는 성과 간의 불일치, 즉 서로 간의 인지 부조화에서 비롯된다. 이것이 바로 평가 운영단계의 문제이다. 리더와 구성원 간의 인지 부조화는 리더가 잘못 전달했거나, 구성원이 잘못 이해했거나, 또는 둘 다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 경험상, 리더가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는 리더가 몰라서 또는 어려워서 제대로 피드백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알면서도 인간적인 선의나 어려움 때문에 말을 아끼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두 경우의 결과값은 똑같다. 결국, 리더와 조직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구성원 입장에서 납득 가능한 평가를 할 수 있을까?

첫째, 평가 주기를 짧게 가져가 즉각적이고 주기적인 피드백을 전달해야 한다. 최근 스타트업에서 분기 단위 목표 설정 및 리뷰가 확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짧은 주기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 과거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하는 대신, 최근의 성과를 명확하게 논의하고 개선할 수 있다. 이는 리더가 피드백을 주기가 훨씬 용이하며, 구성원 또한 자신의 성과를 명확히 인지하고 개선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둘째, 리더는 싫은 소리라도 할 말은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선하고 약한 마음에 싫은 소리를 회피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리더에게나 구성원에게나 독이 된다. 구성원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이 필수적이다. 또한, 리더와 구성원 간의 다른 이해를 막기 위해 피드백 내용을 기록하고 쌓아두는 습관이 중요해 진다. 이는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나아가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다.

셋째, 보상과 연계된 상대적 평가의 현실을 인정하고 구성원의 보상에 대한 기대치를 관리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지만,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이다. 모든 구성원에게 동일한 보상을 해줄 수 없는 현실에서, 리더는 평가 과정에서부터 구성원의 보상에 대한 기대치를 명확하게 관리해야 한다. 잘한 부분은 확실히 인정하고 격려하되,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개선을 위한 계획을 함께 수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구성원은 자신의 위치와 보상의 수준을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평가의 본질은 객관적인 점수 부여나 등급 매기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구성원의 성장을 돕고, 조직 전체의 성과를 견인하는 데 있다. 납득 가능한 평가를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인사팀보다는 리더에게 있다. 그래서, 인사팀은 리더가 이 중요한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코칭하는 역할로 변해야 한다.

4분기 평가와 보상의 준비 시즌을 맞아, 부산의 모든 기업들이 형식적인 평가를 넘어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납득할 수 있는 평가 문화를 정착시켜,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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