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앞두고 '돌봄 비상'... 점심 제공 풀코스 학원도 등장

입력 : 2025-07-16 18:17:58 수정 : 2025-07-16 18: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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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교실 저학년 중심 운영
고학년 사교육에 의존


7일 오전 부산 동래구 명륜초등학교에서 여름방학을 맞은 2학년 3반 학생들이 기뻐하고 있다. 이 학교는 내부 공사로 인해 다른 학교들보다 2~3주 정도 일찍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25.07.08 부산일보DB 7일 오전 부산 동래구 명륜초등학교에서 여름방학을 맞은 2학년 3반 학생들이 기뻐하고 있다. 이 학교는 내부 공사로 인해 다른 학교들보다 2~3주 정도 일찍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25.07.08 부산일보DB

여름방학을 앞두고 맞벌이 직장인 A(42) 씨는 고민이 깊다.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아들은 학교 돌봄교실을 맡길 수 있지만, 초등학교 4학년인 첫째 아들은 어쩔 수 없이 학원 문을 두드리고 있다. A 씨는 “두 아이 모두 학교에 맡기고 싶지만, 학교 사정상 첫째는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없다”며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학원을 추가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말까지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가면서 ‘돌봄 공백’ 문제가 학부모들의 최대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에서는 돌봄교실 확대로 돌봄 공백이 해소됐다고 하지만, 학교 돌봄교실이 저학년 위주로만 운영되면서 고학년 학생들은 사실상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틈새를 이용해 사교육 시장은 하루 종일 아이를 맡아주고 점심까지 제공하는 ‘풀코스 돌봄’ 프로그램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에 위치한 A 스포츠센터는 오는 28일부터 방학이 끝나는 다음 달 22일까지 ‘방학 스포츠교실’을 운영한다. 오전 9시 승합차 픽업을 시작으로 오후 2시까지 시간대별로 기초체력운동, 인라인·골프, 팀스포츠(축구·야구·농구) 수영 등 다양한 활동이 시간대별로 이어진다. 오후 2시 이후에는 휴식과 자율활동 시간으로 꾸려진다.

수업 중간 점심도 제공되며 참가비는 85만 원이다. 정원이 90명이지만 일찌감치 마감됐고 대기자만 20명 이상 몰려있다. 과거 방학때 운영하는 학원이 오전반이나 오후반으로 운영됐지만, 지금은 돌봄 공백을 타겟팅해 점심까지 제공하는 '풀코스 형태'로 진화해 이같은 학원들은 부산에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초등 고학년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돌봄 교실이 초등 고학년 대상으로는 대부분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돌봄교실은 맞벌이, 한부모 가정 등 초등학생 자녀 돌봄이 어려운 가정을 위해 학교에서 운영하는 공적 돌봄서비스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부산에선 전체 303개 초등학교 중 사립초교 5곳을 제외한 298곳에서 돌봄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학기 중에는 방과 후부터 오후 8시까지, 방학 중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시교육청은 지난해까지 1~2학년 중심이던 돌봄 대상을 올해 3학년 전체로 확대했다. 4학년 이상은 학교 여건에 따라 제한적으로만 받고 있다.

학부모들은 돌봄 프로그램이 학년 단위로 일괄 운영되는 탓에 정작 돌봄이 더 필요한 맞벌이 가정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초등 고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저학년은 학교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지만, 고학년은 학교 사정따라 편차가 커 결국 사교육에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며 “돌봄이 절실한 가정을 우선하는 방식의 구조 개편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은 돌봄교실을 전 학년으로 확대하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추가 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늘봄학교 담당 장학사는 “올해 3학년까지 조건 없이 수용범위를 넓힌 이후, 학교 현장에서는 공간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 단계에서 현실적 여건 탓에 돌봄 확대를 추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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