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부족 부산 구·군 ‘소비쿠폰 예산’ 어쩌나

입력 : 2025-07-16 19:20:00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21일부터 시민 320만 명 지급
1차 지급 지방비만 645억 필요
시, 5대 5 부담 제안 요청 불구
구·군 “예비비 부족” 난색 표해

부산진구의 한 편의점 출입문에 민생지원금(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었다. 김동우 기자 부산진구의 한 편의점 출입문에 민생지원금(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었다. 김동우 기자

오는 21일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두고 부산시와 16개 구·군이 쿠폰 예산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업비의 10%인 645억 원을 부산시와 구·군이 분담해야 하는데, 재정자립도가 낮고 예산이 부족한 일선 구·군에선 재정 부족을 호소한다.

16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21일부터 시민 약 320만 명을 대상으로 6455억 원의 소비쿠폰을 지급한다. 1차 지급은 오는 21일부터 9월 12일까지 진행되며, 부산의 경우 1인당 최소 18만 원에서 최대 53만 원까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국비와 지방비 분담 비율은 9 대 1로 국비 5810억 원, 지방비 645억 원이 투입된다.

시는 지난 14일 각 구·군에 1차 소비쿠폰 지급에 필요한 지방비 645억 원을 5 대 5로 분담하자고 제안했다. 16일 현재까지 이 요청을 공식적으로 수락한 구·군은 없다. 부산시의 요청을 수락한다면 각 구·군에 평균 20억 원대 예산이 필요한데 여유 있게 예비비를 운영하는 구·군이 없기 때문이다.

구·군이 가진 가용 재원은 예비비인데 대부분의 구·군에서는 예비비가 빠듯하거나 부족하다. 부산 중구청에 남아있는 예비비는 약 11억 원으로 소비쿠폰 재원으로 쓰기에는 너무 적을 것으로 구청은 판단하고 있다. 그마저도 하반기에 긴급하게 사용해야 할 수 있어 소비쿠폰 발행에 투입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구민이 많은 지자체는 부담이 더 크다. 해운대구청의 경우 부산시 제안을 수락하면 1차와 2차를 합해 총 53억 원이 필요한데, 남아있는 예비비는 1억 5000만 원에 불과하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해운대구에 살고 있는 구민들이 많아 다른 구들에 비해 필요 예산이 3~4배 규모”라며 “소비쿠폰 지급을 위해 축소하거나 미룰 수 있는 기존 사업도 없다”고 밝혔다.

지방채 발행도 쉽지 않다. 영도구청 관계자는 “지방채를 발행하더라도 갚을 여력이 안 돼 지방채 발행을 고려한 적이 없다”며 “부산시에 분담금 비율 조정을 요청하는 게 현재로선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분담 비율을 정한 전국의 다른 지자체에서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도와 시·군이 5대 5로 분담하기로 한 강원도의 경우엔 원주시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분담금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재원 마련에 비상등이 켜졌다. 시와 기초지자체가 사업비를 6대 4로 부담하기로 한 서울시의 경우에도 기초지자체에서는 분담 비율을 10% 더 낮춰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부산시도 사정이 빠듯하다. 시는 국비를 우선 집행하는 방식의 ‘돌려막기’ 형태로 소비쿠폰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달 신용카드 등 카드사를 통한 소비쿠폰 사용 금액은 정부가 선지급한 5810억 원을 사용해 다음 달 납부할 예정이다. 선불카드나 지역화폐를 통한 사용 신청이 카드사 신청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비 선집행을 통해 급한 불을 끄겠다는 셈법이다.

이후 시는 다음 달 시의회 임시회를 통해 약 966억 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966억 원은 1차 지급에 필요한 지방비 645억 원과 2차 소비쿠폰 지급을 위해 필요하다고 예상되는 금액을 합한 추정치다. 2차 지급은 오는 9월 22일부터 10월 31일까지로, 건강보험료 기준 상위 10%를 제외한 모든 시민에게 1인당 10만 원이 추가 지급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예비비를 활용하거나 지방채를 발행하는 안이 현재 거론되고 있지만 열악한 지방 재정에서 어떤 결정도 쉽지 않다”며 “구청장·군수협의회에서 분담 비율을 확정한 후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신속히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부산온나배너
영상제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