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혈세 낭비’ 논란을 빚고 있는 민자 경전철 사업에 지자체장의 책임을 묻는 결정을 내렸다. ‘뻥튀기 수요 예측’ 탓에 매년 수백억 원이 보전 비용으로 투입되는 부산김해경전철의 적자 문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주심 엄상필 대법관)은 경기 용인시 주민 안 모 씨 등 8명이 용인시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민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16일 확정했다. 2013년 주민들이 사업 진행 당시 시장 등을 상대로 1조 232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지 12년 만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용인시는 이정문 전 용인시장 등에 214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앞서 이 전 시장 재임 당시 용인시는 약 1조 원을 들여 용인경전철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용역을 수행한 한국교통연구원은 1일 평균 13만 9000명이 경전철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2013년 개통 이후 실제 승객은 1만 명 수준에 머물렀고 용인경전철이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원인이 됐다.
이번 판결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부산김해경전철의 적자 손해배상 문제로도 파장이 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2011년 1조 3124억 원을 들여 개통한 부산김해경전철은 지난해까지 경남 김해시와 부산시가 적자와 운영 비용, 초기 투자 비용 등 8061억 원을 부담했다.
지난해 부산김해경전철의 수입은 약 199억 원, 인건비 등 비용은 약 422억 원으로 약 223억 원의 적자가 났다. 이 가운데 부산시는 약 82억 원, 김해시는 약 141억 원을 최소비용보전(MCC) 방식 협약에 따라 운영사인 부산-김해경전철운영(주)에 지불했다. 초기 시설 투자비 등을 포함하면 부산시가 지난해 운영사에 지불한 비용은 300억 원이 넘는다.
적자 폭이 큰 이유 중 하나는 사업 추진 당시 예측한 승객 수와 실제 승객 수가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사업 추진 당시 예측한 2024년 1일 평균 이용객은 30만 6000명었지만 지난해 실제 1일 평균 승객은 4만 6610명이다. 실제 승객이 예측치의 약 15% 수준에 불과하다보니 두 지자체는 매년 운영사에 수백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현재까지 김해시와 부산시가 부담한 비용은 각각 5000억 원, 3000억 원이 넘는다. 비용을 분담하는 비율은 김해시 63.19%, 부산시 36.81%로 정해졌다. 김해시가 부산시보다 재정 투입 분담 비율이 높은 이유는 경전철 사업 추진 당시 김해시의 수요 예측이 부산시의 수요 예측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판결을 계기로 김해와 부산에서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부산김해경전철 소송 등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앞서 2014년 김해와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500여 명의 소송인단을 모아 부산김해경전철의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정부와 교통개발연구원 등을 상대로 1인당 50만 원, 총 2억 62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재판부는 “경전철 수요 예측을 조사한 교통개발연구원과 정부 등이 수요 예측 조사 등 사업성 평가에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기각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한영 사무처장은 “수요를 부풀리는 등 무리하게 추진되는 대규모 사업에 책임을 묻는 좋은 선례가 될 판결로 지역에서도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지자체와 단체장은 철저한 검토와 검증을 거쳐 책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부산시가 운영사에 지불하는 비용에는 민자 사업 유치에 수반되는 필수 운영비, 초기 시설비 등이 포함됐기 때문에 전액이 시민의 손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앞으로도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소송이 제기되면 김해시, 운영사와 협의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