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 환자 서울행 막을 지역 완결형 메디컬센터 시급하다

입력 : 2025-07-18 0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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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병원 '평판'만 믿고 지역민 상경 진료
고난도·중증 치료 거점 구축 신뢰 얻어야

부산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고난도·중증 환자들이 KTX 새벽 열차를 타고 상경해 소위 서울 ‘빅 5’ 병원에 다니는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원정 진료를 떠난 부산 환자가 해마다 늘어 2023년에 5만 7111명에 이르렀다. 지역 상급종합병원의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각종 연구와 설문 결과를 보면, ‘서울 병원은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 탓이 크다. ‘평판’이라는 추상적 요인 때문에 해마다 전국의 환자 100만 명이 서울행을 선택하고 있다. 이런 국가적 낭비를 없애는 대안으로 지역 완결형 메디컬센터가 제시되고 있다. 진료의 완결성과 지역민의 신뢰 확보만이 서울행을 멈추게 할 수 있다.

부산대병원이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달 실시한 설문을 보면 ‘환자 이탈’을 막는 해법은 결국 지역 의료체계에 대한 신뢰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 응답자 대다수는 암, 희귀 질환, 뇌·신경 질환과 같은 중증일수록 수도권 병원을 선호했다. 지역 병원은 ‘접근성’, ‘진료 시간’, ‘비용’에서 응답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평판’ 항목에서 수도권 병원에 크게 뒤처졌다. 부산대병원은 ‘평판’에서 수도권 상급병원에 22.5%P나 낮았고, 부산 지역의 상급병원은 43.8%P까지 벌어졌다. 입소문 또는 심리적 요인 탓에 지역 병원은 우수한 시설·인력을 갖추고도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는 실정이다.

부산 상급병원의 진료 역량이 서울에 비해 취약하지 않는데도 상경 행렬이 멈추지 않는 기현상은 지역 의료체계의 한계 지점이자, 개혁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특정 의료진의 명성이나 병원 간판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필수·응급 의료체계가 고루 갖춰지고 이에 대한 지역민의 믿음이 어우러져야 한다. 설문 응답자 88.4%가 ‘지역 완결형 글로벌 허브 메디컬센터’의 필요성을 지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에 추진되는 지역 완결형 메디컬센터는 중증·응급환자 치료에서 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이는 게 목표다. 다른 대학병원들도 각자 지역 완결형 거점 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는 서울에서’라는 고정관념의 배경에 지방 소멸이 있다는 점은 뼈아프다. 원정 진료 행렬을 그대로 둔 채 글로벌 허브 도시 도약은 가당치 않다. 상급병원의 질적 재편을 통해 환자가 믿고 찾는 곳으로 바꾸는 것이 해법이다. 부산시와 부산대병원의 협약으로 추진되는 글로벌 허브 메디컬센터는 지역민의 신뢰 회복, 수도권 의료 격차 해소 나아가 부산 의료를 동북아 허브로 성장시키는 도약대가 돼야 한다. 내년 예비타당성 조사와 예산 확보를 위해 지역 사회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부산의 환자가 거주지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은 지역민의 기본권이어야 한다. KTX 새벽 열차에 몸을 싣는 환자는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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