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협상 결과에 크게 영향을 받는 산업인 자동차·부품·철강 등을 주력으로 하는 부산·울산·경남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2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미 수출 비중은 자동차·부품(46%), 일반기계(29.4%), 철강제품(13.1%), 석유류(9.5%), ICT(9.4%) 순이다. 자동차·부품, 일반기계, 철강 등은 부울경 기업들의 주력 산업으로 미국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가 있는 품목들이다.
특히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현지 부품화를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역 자동차 부품 기업들의 큰 타격이 예상된다.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기존의 관세인 50%가 유지된 철강 부문도, 한국에 같은 관세가 적용될 경우 지역 경제의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경우 우리 정부가 일본이나 유럽연합(EU)과 같은 15% 관세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국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 부울경 자동차 부품업계는 수출보다는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구조 때문에 국내 완성차 제조업계의 부품 현지화 흐름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고사 위기까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부울경에서는 범퍼, 차체, 서스펜션 등을 주로 미국에 수출하는데 부산의 자동차부품 대미 수출액은 9755만 달러로 부산 전체 대미 수출액의 3.61%에 그친다.
설상가상으로 ‘15% 관세’를 받게 돼도, 1, 2차 벤더들이 그 부담을 나눠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업계의 또 다른 우려다. 한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비교해 단가는 한국이 좀 더 낮은 측면이 있어서 15%로 같게 협상이 될 경우 그나마 나을 수도 있다”며 “그럼에도 15%가 적은 수준은 아니다. 더 높은 가격 경쟁력은 위해 1차 벤더가 2차 벤더 등에게 가격 절감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등은 괜찮을 수 있지만, GM 창원공장은 미국 수출 비중이 80%가 넘어 관세가 부과되면 GM과 거래하는 지역 부품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대미 수출 비율이 가장 높은 철강 업계도 협상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철강업계에선 다른 나라와 같은 관세를 적용받는 상황을 최선의 시나리오로 산정하고 있다. 하지만 관세가 유지돼도 가격 경쟁력을 위해 단가 인하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시장은 단가나 품질 등의 기준으로 시장이 국가별로 나눠 형성돼 있다”며 “미국 수입업체들도 거래처를 쉽게 바꿀 수 없을 것인데, 관세가 유지되거나 다른 나라와 같게 협상이 되더라도 이 부담을 한국 기업에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는 조선 분야도 마냥 호재는 아니다. 부울경 조선업계는 미국 현지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해야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조선업 분야의 기술, 투자, 인력 양성 등을 포함하는 패키지 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지역의 조선업 관계자는 “조선의 경우 산업의 흐름이 굉장히 긴데, 트럼프 정부 기간 동안 과연 인프라 투자로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을지는 협상의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