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소고기 지켜낸 이유는…미국도 “실익 크지 않다” 판단한 듯

입력 : 2025-07-31 16: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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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업 민감성 감안해 최대한 방어
한국은 미국산 소고기 최다 수입 국가
쌀도 TRQ 물량 미국에 더 확대 어려워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관련 브리핑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관련 브리핑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통상협상에서 우리가 쌀과 소고기 시장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본래 미국은 우리나라의 쌀·소고기 시장이 무척 폐쇄적이라고 보고 매년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하는 무역장벽보고서에 올렸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이번 협상에서 최대한 지켜내기로 작정했고, 미국 정부도 개방해봤자 큰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브리핑에서 “식량 안보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쇠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이 미국에 자동차·트럭·농산물 시장을 완전 개방할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한미간 서로 딴 소리하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이 이번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했다는 점을 말하는 선언적 의미로 해석된다.

쌀의 경우,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5% 관세를 받고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물량이 있다.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이 물량을 미국 등 5개국에서 수입한다. 그런데 미국의 수입물량을 더 늘리려면 다른 나라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른나라가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소고기는 우리나라가 이미 미국산 소고기를 많이 수입하고 있다. 미국의 해외수출물량 중 가장 많이 나가는 곳이 한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30개월령 이상 소고기를 수입할 수 있도록 합의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정부가 농산물 협상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쌀과 소고기 추가 개방은 우리 측에선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미국 입장에서도 실익 측면에서 크지 않은 카드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의 5대 농산물 수입국이고, 작년 우리나라의 대미 농축산물 무역적자는 약 80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우리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지난 2008년 광우병 사태 때 집회 사진을 보여주면서 미국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미 양국은 앞으로 농산물 검역 절차를 개선하기로 뜻을 모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우리 정부 협상단에 과채류 검역 절차를 문의하며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따라 후속 협상 이후 사과와 유전자변형작물(LMO) 감자 등 농산물 수입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사과와 유전자변형작물(LMO) 감자 등은 이미 국내 시장이 개방돼있어 과학적 평가와 절차를 거치면 수입이 가능하다. 미국은 약 30년 전 사과 검역 협상을 요청했고, 수입 위험분석 8단계 과정 중 2단계에 있다.

식품용 LMO 감자는 농촌진흥청이 지난 3월 적합 판정을 내렸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검사 절차만 남은 상태다.

한 농업인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농산물 시장을 사수하겠다는 완강한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며 “진행한 내용에 대해 세부 내용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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