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금융포커스] 흔들린 정책에 무너진 증시

입력 : 2025-08-03 17: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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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부 차장

새 정부 출범 이후 연일 뜨겁게 달아오르던 코스피가 지난 1일 하루 만에 4% 가까이 폭락했다. 한미 관세 협상 후폭풍이 가라앉기도 전에,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이 뜨거웠던 시장 열기를 단숨에 꺼뜨렸다. 단 하루 만에 증시에서 사라진 자금은 무려 116조 원. 정부는 ‘2조 5000억 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은 ‘116조 증발’이라는 대가로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취임 직후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며 자본시장 활성화를 국가 어젠다로 천명했다. 부동산 중심의 자산구조에서 생산적 투자로의 전환, 즉 ‘돈의 흐름’을 바꾸겠다는 강한 메시지에 시장도 화답했다. 코스피는 두 달 만에 18% 가까이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 1일 공개된 세제개편안은 그 기대를 ‘산산조각’ 냈다.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대폭 낮추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도 35%로 정했다. 증권거래세율은 다시 0.2%로 높이고, 법인세율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은 곧장 반응했다. 외국인과 기관, 심지어 국민연금까지 일제히 매도에 나섰고,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시장을 배신했다”는 반발이 들끓었다. 주가 부양과는 거리가 먼 세율 환원, 대주주 기준 강화는 시장의 발목을 잡는 조치로 해석된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대주주 회피 매도’가 올해는 더 일찍, 더 급격하게 터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투자자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자본시장 육성을 외쳤지만 실제로는 세수 확보가 우선순위로 보이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시장은 정부가 어디를 향하는지 늘 주시한다. 그 시선이 흔들리면 투자자들 역시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해당 세제개편안 반대안은 하루 만에 7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역시 국장은 믿을 수 없다” “국장은 정리하고 미국 증시로 가자”는 자조적인 반응도 쏟아지고 있다.

혼란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장 마감 후 ‘대주주 기준 재검토’를 언급했지만, 이 역시 정책 일관성 부족을 드러내는 모습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2일 “주식시장 안 무너진다”며 재검토를 공개 반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대주주 기준 하향이 주가 상승을 막는 근본 요인 중 핵심으로 꼽혀온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일관성이다. 자본시장을 육성한다면 예측 가능한 세제 환경과 신뢰가 필수적이다. 오락가락 정책으로는 코스피 5000은커녕 시장 불신만 키울 뿐이다. 정부가 진정 자본시장을 성장 의지를 보여주고 싶다면 시장과 소통, 신뢰를 주는 일관된 방향성으로 답해야 한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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