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대출해주고 뒷돈 챙긴 농협지점장들

입력 : 2025-08-07 15: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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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징역형 집행유예에 벌금형 선고
실거래가 부풀리고 차명계좌로 금품 수수
불법 대출 청탁한 부동산업자는 실형 선고


울산지방법원 전경. 부산일보DB 울산지방법원 전경. 부산일보DB

신용불량자인 부동산업자에게 뒷돈을 받고 수억 원을 불법 대출한 농협 지점장들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5단독 조국인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0만 원을, B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2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또 A 씨로부터 500만 원, B 씨에게선 600만 원을 각각 추징했다.

A 씨는 2022년 울산 모 농협 지점장으로 있을 당시 부동산 컨설팅업자 C 씨에게 토지매입 자금을 불법으로 대출해 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C 씨의 청탁을 받고 실거래가가 6억 3000만 원인 C 씨의 토지를 담보로 총 6억 2000만 원을 대출해 줬다.

규정상 실거래가의 80%인 5억 400만 원만 대출할 수 있는데 98%가 넘는 금액을 대출해 준 것이다. A 씨는 이 과정에서 대출 기준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꾸미려고 공인중개사인 친누나를 통해 C 씨의 토지 매매계약서상 매수 금액을 7억 8000만 원으로 부풀렸다.

A 씨는 비슷한 방법으로 실거래가가 5억 2000만 원인 C 씨의 다른 토지에 대해서도 5억 1000만 원을 대출해 줬다. A 씨는 신용불량자인 C 씨가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부동산컨설팅업체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처럼 범행했고 그 대가로 500만 원을 차명계좌로 받아 챙겼다.

또 다른 농협 지점장인 B 씨도 C 씨로부터 1100만 원 상당을 받고 부정한 청탁을 들어줬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토지 감정 평가금액을 부풀려 달라는 부탁을 받고 부하직원과 공모해 C 씨 토지의 감정법인을 재배정하는 등 평가금액을 C 씨 뜻대로 맞춰줬다. 그러고는 부풀린 금액을 토대로 C 씨가 총 7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게 도와줬다.

재판부는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범죄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다만, 반성의 정도,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이번에 한정해서만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불법 대출을 청탁한 C 씨에게는 징역 8개월의 실형이, 감정평가 부풀리기를 공모한 B 씨의 부하직원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0만 원, 500만 원 추징이 선고됐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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