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면의 원래 이름은 밀냉면이었다. 부산 서구 만포밀냉면 상호에서 그 흔적을 만났다. 1986년에 문을 열어 내년이면 서구에서만 만 40년째다. 이 집을 찾은 첫 번째 이유는 가격이다. 밀면 한 그릇에 4500원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저렴한 밀면집이다. 20여 년간 3500원을 받다 재작년에서야 올리기 시작했다. 어르신 손님들이 눈에 밟혀 가격을 올릴 수가 없었던 까닭이다.
두 번째 이유는 역시, 맛이다. 대부분 손님이 물밀면을 시키지만, 기자는 참기름으로 맛을 낸 고소한 비빔밀면이 더 입에 맞았다. 멸치 다시 온육수는 감칠맛이 출렁였다. 맛이 더 진해진다는 겨울이 기대된다. 정신없이 먹다 혼자서 일하는 사장님의 오른손 손가락 하나가 휜 게 눈에 들어왔다. 밀면은 얼음물 반죽을 한다. 손이 끊겨 나가는 통증이 반복되다 관절염이 온 탓이다. 몇 번 더 가서 이것저것 물어봤더니 “밀면 장사 할 생각이냐? 괜히 골병든다”라고 만류한다.
임영숙 대표는 주방 보조를 하다 메인 셰프가 된 셈이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게 된 남편이 시작한 밀면집을, 일흔 나이의 임 대표가 혼자서 꾸역꾸역하고 하고 있다. 골병이 들어 안 아픈 구석이 없지만 직원을 두면 이 가격을 맞출 수가 없어서다. 그는 평안북도 만포가 고향인 시어머니가 세 살 된 아이 손을 잡고 월남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밀면은 실향민들이 고향에서 먹던 냉면을 그리워하며 만든 음식이라고 알려져 있다. 만포밀냉면에서 밀면의 유래를 만났다.
임 대표는 매일 새벽 5시 40분에 출근해 육수를 끓이기 시작한다. 어르신 단골들이 “아프지 말고 오랫동안 해 달라”라고 부탁하고 간다. 밀면에 청춘을 바쳤다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만포밀냉면에는 삼복더위에 에어컨도 없이, 오늘도 선풍기만 죽으라고 돌아간다. 아프지 말고…. 글·사진=박종호 기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