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에 훈풍이 불면서 선박용 핵심 기자재를 생산하는 지역 조선기자재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향상됐다. 업계에서는 주요 조선 3사의 수주 잔고도 여유가 있어 지역 조선기자재업계의 실적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화인베스틸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245억 원 대비 88.8% 증가한 463억 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액은 821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 513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조선용 형강(철강재를 압연해 일정한 단면 모양으로 만든 제품) 생산 전문기업 화인베스틸은 HD현대, 한화오션 등 조선소 수주물량이 대폭 증가하면서 이 같은 매출 증가가 이뤄졌다.
화인베스틸 관계자는 “밀려드는 주문량을 채우기 위해 이번 달부터 주야 2교대 체제로 전환해 일 9시간 생산에서 14시간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며 “조선업 호황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 등으로 올해 수익성 측면에서 큰 폭의 회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매출이 크게 늘어난 기업은 화인베스틸만이 아니다. 지역 주요 조선기자재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늘고 있다. 선박용 기계 장비를 만드는 오리엔탈정공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 102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82억 원에 비해 20억 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관이음쇠(피팅)를 제작하는 하이록코리아(주)도 상반기 매출액 1033억 원으로 지난해 958억 원에 비해 7.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용 계측 및 통합 제어 시스템 전문업체 한라IMS(주)도 지난 상반기 486억 원 매출에서 올해 상반기 622억 원으로 늘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지역 주요 조선 기자재기업들도 상당한 매출 증가가 이뤄졌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같이 좋은 실적은 조선업 호황에 따른 낙수 효과로 풀이된다. 향후에도 이러한 호실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주요 조선사들은 3년치 일감을 보유했다. 지난 1분기 조선 3사의 수주 잔고는 134조 4733억 원을 기록, 지난해 1분기보다 4.7%가 늘었다. 최근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져 연내 수주 잔고가 2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마스가 프로젝트) 역시 지역 기자재업계에 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수 있다. 국내 조선사들의 미국 진출이 본격화되면 엔진·배관·철강 구조재 등 기자재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산조선기자재업체 관계자는 “지역 조선기자재업체의 실적은 조선 3사의 수주 잔고와 직결되는데 최근 K조선업의 인기가 높아 한동안 지역 조선기자재업계도 좋은 실적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