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면·복권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18일 내년 6월 지방선거 또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인지도로는 ‘전국구’ 급인 조 전 대표의 출마는 내년 지선의 최대 승부처로 부상할 공산이 크다. 그의 출마 지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고향인 부산에서 첫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는 전망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조 전 대표는 이날 보도된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내년 6월 출마 가능성에 대해 “분명한 것은 정치인으로 돌아왔기에 내년 6월 국민으로부터 한 번 더 심판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그것이 지방선거가 될지 국회의원 재보선이 될지는 그때 상황을 봐 당에서 결정하면 따를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김어준 씨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어떤 경우든 내년 6월에 국민에 의한 선택을 구하겠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거듭 출마 의지를 보였다.
앞서 조 전 대표의 사면·복권이 가시권에 접어든 이후 정치권에서는 내년 6월 그의 출마 시나리오와 관련, 서울시장, 부산시장, 이재명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보선 출마를 비중 있게 거론해왔다. 일단 조국혁신당 내에서는 인천 계양을 비롯해 수도권 지역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를 유력하게 보는 기류가 감지된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그 자체의 상징성은 물론 민주당 주자가 즐비한 상황에서 출마를 강행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부산시장 역시 ‘해양수도 패키지 공약’을 제시하며 탈환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민주당이 조 전 대표에게 일방적 양보를 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여권 관계자는 “조 전 대표의 최종 목표는 결국 2030년 대선일 것이기 때문에 지금 민주당과 섣부르게 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며 “모험을 걸기보다는 일단 안전하게 국회로 들어오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이미 계양을 출마를 굳혔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계양을 역시 이 대통령의 지역구로 여당 내 상징성이 높다는 점에서 민주당 내부의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는 예상도 있다. 이 때문에 조 전 대표가 ‘험지’ 부산 출마를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공한다면 그의 정치적 뿌리 격인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과 같은 길을 걸으면서 ‘영남후보 대망론’의 주인공으로 단번에 도약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얼마 전 감옥에서 나가면 가장 하고 싶은 일로 ‘롯데 야구 관람’를 언급하는 등 부산 연고를 은연 중 드러내는 행보를 해오기도 했다.
그러나 부산시장의 경우, 조 전 대표의 ‘입시 비리’에 대한 지역 민심이 여전히 좋지 않은 데다, 대선 국면에서 부산시장의 위상을 감안하면 위험부담은 높은 반면 실익이 적다는 얘기가 당내에서 나온다. 이에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재수 해수부 장관이 부산시장 출마를 전제로, 전 장관의 지역구인 부산 북갑 보선 출마설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북구를 비롯한 서부산권의 경우, 야당 지지세가 만만치 않아 험지 도전의 정치적 이점을 챙기는 동시에 승리 가능성도 적지 않다. 또 현재까지 전 장관의 지역구를 물려받을 민주당 내 마땅한 후임도 없다는 점에서 조 전 대표의 적절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방선거 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이 이뤄질 경우, 조 전 대표의 출마 시나리오는 크게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조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에 대해 “우선 당을 재건하는 게 시급하다”며 “내년 초쯤 어떤 것이 진영 전체에 도움이 될지 열린 상태로 고민하고 당내 의견을 모아보겠다”고만 밝혔다. 이와 관련, 조국혁신당은 오는 11월에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데, 조 전 대표의 대표 복귀 가능성이 확실시된다.
한편 조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거 16주기를 맞은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주말께 부산과 선산이 있는 경남 방문 일정을 밝히면서 “그때 맞춰 양산에 계신 문재인 전 대통령께 인사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