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소리 절로 나는 화려한 퍼포먼스로 서커스 본질 파고든 ‘쿠자’

입력 : 2025-08-26 18: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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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서커스 ‘쿠자’ 21일 개막
9월 28일까지 5주간 부산 공연
‘휠 오브 데스’ 등 극한 스릴 넘쳐

3D 스캔·175곳 몸 치수 잰 의상
아티스트·스태프, 가족까지 동반
“거의 한 마을이 움직이는 규모”

태양의서커스 '쿠자' 중 '휠 오브 데스'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태양의서커스 '쿠자' 중 '휠 오브 데스'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휠 오브 데스' 연습 장면. 박희진 사진가 제공 '휠 오브 데스' 연습 장면. 박희진 사진가 제공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티터보드’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티터보드’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티터보드’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티터보드’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땅 위에서도 수행하기 힘든 퍼포먼스를 공중에서 펼치는 '하이 와이어'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땅 위에서도 수행하기 힘든 퍼포먼스를 공중에서 펼치는 '하이 와이어'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하이 와이어'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하이 와이어'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놀라움, 짜릿함, 스릴, 대담함…. 태양의서커스 ‘쿠자’의 매력에 빠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휠 오브 데스(Wheel of Death)와 티터보드(Teeterboard), 하이 와이어(High Wire) 등의 퍼포먼스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의 극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지난 21일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내 빅탑(초대형 텐트 극장)에서 ‘쿠자’ 공연이 시작됐다. 2500석 극장은 80~90% 객석 점유율을 보이며 순항 중이다. 아시아 4개 도시 투어 공연을 유치한 마스트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평일과 휴가철임에도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태양의서커스 '쿠자' 질 퐁텐(왼쪽) 수석 투어 디렉터와 (주)마스트인터내셔널 김용관 대표. 마스트 인터내셔널 제공 ​ 태양의서커스 '쿠자' 질 퐁텐(왼쪽) 수석 투어 디렉터와 (주)마스트인터내셔널 김용관 대표. 마스트 인터내셔널 제공 ​
태양의서커스 ‘쿠자’ 제이미슨 린덴버그 아티스틱 디렉터. 박희진 사진가 제공 태양의서커스 ‘쿠자’ 제이미슨 린덴버그 아티스틱 디렉터. 박희진 사진가 제공

‘루치아’보다 서커스 본질 강조

부산을 찾은 ‘쿠자’ 팀은 112명의 아티스트와 스태프, 그리고 가족까지 합쳐 155명이다. 연초에 2025년 투어 계획을 발표하면서 서울과 부산에 간다고 말했을 때 “아티스트와 스태프 반응이 대단했으며 그때 반응을 잊을 수 없다”는 말로 아시아 투어에 쏠린 관심을 질 퐁텐 수석 투어 디렉터가 소개했다.

이번 아시아 투어는 홍콩(5~7월)에서 시작했고, 오는 9월 28일까지 약 5주간 총 48회 부산 공연을 한 뒤 서울(10~12월)과 싱가포르로 넘어간다. 알려졌다시피 태양의서커스는 뮤지컬과 달리 ‘쿠자’가 부산에서 공연할 경우, 전 세계 어디서도 이 작품은 만날 수 없다. 단 한 팀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마스트인터내셔널 김용관 대표의 언급처럼 부산이 굉장한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태양의서커스 ‘루치아’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제이미슨 린덴버그 아티스틱 디렉터는 “태양의서커스가 멋진 점은 큰 우산 같은 조직 안에 서로 다른 공연을 많이 가지고 있고, 공연의 테마와 스토리, 공연 속 퍼포먼스는 늘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뒤 “아마 ‘루치아’에서는 보지 못했을 서커스의 본질을 ‘쿠자’에서 볼 수 있어 훨씬 전통적인 매력을 가졌으며 두 작품은 완전히 다른 공연”이라고 말했다.

공연의 주요 캐릭터 가운데 하나인 '트릭스터'(앞줄 가운데)와 '이노센트'(맨 뒷줄 연을 가지고 있는 인물) 등이 오프닝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박희진 사진가 제공 공연의 주요 캐릭터 가운데 하나인 '트릭스터'(앞줄 가운데)와 '이노센트'(맨 뒷줄 연을 가지고 있는 인물) 등이 오프닝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박희진 사진가 제공
왕(가운데)과 클라운. 박희진 사진가 제공 왕(가운데)과 클라운. 박희진 사진가 제공

야구 선발진 짜듯 ‘쇼 라인업’ 구성

공연은 주요 캐릭터 중 하나인 ‘이노센트’가 연 상자 안에서 또 다른 캐릭터인 ‘트릭스터’가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깜짝 등장하며 시작한다. 쿠자라는 이름은 상자, 궤 또는 보물이라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 ‘코자’(koza)에서 기원했으며, ‘상자 안의 서커스’라는 공연의 콘셉트에 맞게 차용된다. ‘쿠자’ 세트는 광장을 연상시키는 원형 서커스 무대이며, 관객들에게 260도 방향의 환상적인 시각선을 제공한다. 오로지 아티스트와 퍼포먼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구조이다.

지난 20일 한국 언론에 처음 공개된 드레스 리허설은 1200여 명의 관객을 초청한 가운데 진행했다. 관객과의 교감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쿠자’는 총 10개의 액트로 구성되며, 2개의 백업 공연이 있다.

“매일 공연 시작 30분에서 1시간 전쯤 ‘쇼 라인업’을 논의합니다. 라인업은 누가 다쳤는지, 누가 아픈지, 또 그날 어떤 버전의 공연을 올릴지에 따라 결정되고요. 이후 다 같이 모여서 공연을 어떻게 구성할지 짜게 되는데, 마치 야구 경기에서 선발 라인업을 짜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렇게 매 공연에 올라가는 출연진은 53명이다. 1, 2부로 나뉘고, 중간휴식을 포함해 총 러닝타임은 2시간 20분가량 된다.

쇼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샤리바리'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쇼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샤리바리'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컨토션 기술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 '컨토션'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컨토션 기술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 '컨토션'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에어리얼 후프’(Aerial Hoop)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에어리얼 후프’(Aerial Hoop)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외발자전거 듀오'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외발자전거 듀오'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10개의 액트…매 공연 53명 출연

공연 시작 5분 전부터 ‘왕’과 ‘클라운’(광대), 공연단이 객석에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캬악~” 소리가 들려온다. 서툰 한국어로 “가 보자, 부산~”이라는 말과 함께 본격적인 쇼가 시작됐다. 첫 장면 ‘샤리바리’(charivari, 쇼 오프닝) 액트부터 심상찮다. 인간 피라미드, 공중 묘기, 둥근 천 위로 다이빙하는 대담함까지 갖췄다. 이어지는 ‘컨토션’(Contortion, 뒤틀기 혹은 꼬기) 액트는 3명의 곡예사들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팀워크와 조형적인 아름다움에 서커스의 본질을 떠올리게 된다. 우아하고 화려한 공중 액트의 진수인 ‘에어리얼 후프’(Aerial Hoop)를 지나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차원이 다른 ‘외발자전거 듀오’를 선사한다. 클라운이 등장하는 막간 객석 분위기도 즐겁기 그지없다. 1부 공연 마지막을 장식한 ‘하이 와이어’는 7.6m 상공에 설치된 2개의 밧줄 위에서 4명의 곡예사가 땅에서도 힘든 퍼포먼스를 아찔하게 펼친다. 객석 곳곳에서 비명 아닌 비명이 터져 나왔다.

‘스켈레톤 댄스’를 추고 있는 트릭스터 모습. 박희진 사진가 제공 ‘스켈레톤 댄스’를 추고 있는 트릭스터 모습. 박희진 사진가 제공
‘디아볼로’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디아볼로’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밸런싱 체어’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밸런싱 체어’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티터보드’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티터보드’ 액트. 박희진 사진가 제공

2부는 해골 복장을 한 ‘스켈레톤 댄스’로 시작한다. 트릭스터는 스와로브스키 보석으로 뒤덮인 독특한 의상과 모자를 착용했다. ‘쿠자’ 공연의 하이라이트 ‘휠 오브 데스’는 용감무쌍한 2명의 아티스트가 최고 10m 높이로, 무게 726㎏에, 직경 3m짜리 2개의 거대 원 안에서 약 8분간 걷고, 뛰고, 구르는데 그 아찔함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중력을 거스르는 극한 스릴이다. 게다가 설비 셋업이나 해체에 걸리는 시간도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진다. 이후 선보인 ‘디아볼로’ 액트는 그나마 쉬어간다. 3개의 디아볼로를 동시에 돌리고, 던지고, 저글링하는 솜씨가 자유자재다. ‘밸런싱 체어’ 액트도 만만찮다. 8개의 의자와 한 개의 받침대로, 7m의 탑을 쌓아서 그 위에서 균형을 잡는데 인간 신체 능력의 극한과 예술의 경지가 아닐 수 없다. 공연의 대미는 ‘티터보드’가 장식했다. 난이도가 장난이 아니다. 뜀뛰기를 통해 5회전 공중제비를 도는가 하면, 1개 또는 2개의 금속 대말을 다리에 묶은 채로 9m 상공에서 묘기를 반복한다.

태양의서커스 ‘쿠자’에 사용되는 모자를 설명하는 알렉산드라 만치니 의상팀장. 박희진 사진가 제공 태양의서커스 ‘쿠자’에 사용되는 모자를 설명하는 알렉산드라 만치니 의상팀장. 박희진 사진가 제공
태양의서커스 ‘쿠자’ 커튼콜 장면. 김은영 기자 key66@ 태양의서커스 ‘쿠자’ 커튼콜 장면.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도 ‘이벤트 스페이스’ 검토할 때”

태양의서커스 공연은 의상, 음악 등도 남다르다. 특히 ‘쿠자’에서 모자는 의상의 핵심 요소라고 한다. 알렉산드라 만치니 의상팀장은 “아티스트 각자 머리 치수에 완벽하게 맞도록 제작하기 위해 3D 머리 스캔을 하고 있다. 고난도 아크로바틱 공연을 해야 하는 아티스트 의상은 몸의 175개 이상의 치수를 재서 외형뿐 아니라 안전성도 도모한다”고 설명했다.

태양의서커스 ‘쿠자’ 커튼콜 장면. 바타클랑(Bataclan)으로 불리는 움직이는 탑 2층에서 주로 라이브 음악이 연주된다. 김은영 기자 key66@ 태양의서커스 ‘쿠자’ 커튼콜 장면. 바타클랑(Bataclan)으로 불리는 움직이는 탑 2층에서 주로 라이브 음악이 연주된다. 김은영 기자 key66@

매 공연 라이브로 연주되는 ‘쿠자’ 음악은 1970년대 펑크부터 오케스트라 편곡까지, 서양 팝 음악과 인도 전통 음악에서 크게 영감을 얻은 곡이 연주된다. 연주자는 총 6명으로, 2명의 가수가 매 공연 라이브로 노래한다.

한편 ‘쿠자’는 2007년 4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세계 초연을 했고 그 이후 4개 대륙, 22개 나라, 66개의 도시에서 공연돼 지금까지 전 세계 약 800만 명이 관람했다. “거의 한 마을이 움직인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장비는 2000톤에 달하며, 이를 옮기는 데는 70여 개의 트레일러가 이용된다. 모든 전력은 자급자족할 수 있으며, 한 도시에서 공연하는 동안 티켓, 좌석, 청소, 행정 업무 등 120명이 넘는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다. 서울에 이어 부산 공연이 성사된 주요 배경인 공연장 부지는 텐트와 트레일러를 포함해 1만 7000㎡(약 5142평)가 필요하다. 마스트인터내셔널 김 대표는 “홍콩 센트럴 워터프론트 이벤트 스페이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베이프론트 이벤트 공간처럼 부산도 이벤트 스페이스를 검토할 시점”이라면서 “카니발 공연이 가능하려면 최소 1만 평이 필요하며, 북항 부지에 들어설 경우 크루즈와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제언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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