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출발 여객기, ‘조류 충돌’ 직후 338km 떨어진 인천 회항

입력 : 2025-08-24 18: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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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150명 탑승 진에어 비행기
조류 충돌 후 인천공항에 착륙
야간 이착륙 제한시간 탓 불가피
“24시간 운영 안 되는 공항 한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전경. 기사와는 관계 없음. 정종회 기자 jjh@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전경. 기사와는 관계 없음. 정종회 기자 jjh@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진에어 여객기가 이륙 직후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을 당하고도 약 338km 떨어진 인천국제공항으로 회항하는 일이 발생했다. 통상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가까운 출발 공항으로 돌아가지만, 김해공항으로 향했을 경우 승객이 다른 여객기로 갈아타는 등 대체 항공편 이륙이 커퓨 타임(야간 이착륙 제한시간)에 걸릴 수 있다는 불가피한 이유에서다. 매년 김해공항에서 커퓨 타임으로 인한 다른 공항 회항 건이 1~2건씩 잇따르면서 부산·울산·경남 시민 안전을 위한 ‘24시간 공항’인 가덕신공항 조성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진에어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8시 20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을 출발한 LJ115편이 이륙 직후 버드 스트라이크를 당했다. 여객기에는 승객 150명과 승무원 6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해당 여객기는 경남 거제도 상공에서 20분가량 연료를 소모하다,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충남 태안군 앞바다 상공으로 이동했다.

이후 이곳에서 연료를 끝까지 소모하고 같은 날 오후 10시 40분께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이러한 조치는 여객기 무게를 줄이고 착륙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진에어가 인천공항 회항을 택한 이유는 김해공항의 커퓨 타임 때문이다. 진에어는 대체 항공기를 투입해 원래 목적지인 베트남 나트랑으로 향해야 했는데, 김해공항에서는 밤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없는 특성상 대체 항공기의 즉시 투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상 공항 운영 기준에 따라 커퓨 타임에도 군용기, 비상에 처한 민항기는 이착륙이 가능하나 이번 진에어 여객기는 이러한 조건에 해당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진에어 대체 항공기는 지난 22일 자정께 인천공항에서 이륙했다. 탑승 절차를 다시 밟고 수화물을 옮기는 과정 등으로 시간이 소요됐다. 김해공항이었다면 커퓨 타임에 걸려 이륙할 수 없는 시간대였다.

진에어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버드 스트라이크 직후 연료를 비우고 회항했다”며 “대체 항공기 투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인천공항으로의 회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회항은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김해공항에서 커퓨 타임으로 인해 다른 공항으로 회항한 항공편은 2021년 1건, 2022년 1건, 2023년 1건, 2024년 2건 있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자연재해 같은 비상 상황이 아니고서야 회항을 이유로 실제로 커퓨 타임이 조정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그마저도 30분 정도 연장하는 정도”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 여파로 지역 관문 공항 역할을 하는 김해공항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행기 이착륙 제한이 없는 ‘24시간 항공’인 가덕신공항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가덕신공항은 인근에 주택 지역이 없어 야간에도 커퓨 타임 없이 항공기 운행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박재율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이번 회항은 24시간 운영이 되지 않은 김해공항 한계를 보여줬다”며 “결국 국제 관문 공항으로서의 가덕신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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