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100세 시대가 머지않은 지금, 건강한 노년을 맞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이 쏟아진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피해갈 수 없는 질환이 있으니 바로 골절이다. 골다공증 등으로 인해 뼈가 약해지면서 가벼운 충격에도 골절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가운데서도 고관절 골절은 노년층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꼽힌다. 부산고려병원 정형외과 안재민 원장은 “고관절 골절은 걷기나 서기와 같은 기본 동작이 어렵고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 사망률도 매우 높다”고 밝혔다.
■골다공증으로 뼈 약해지면서 발생
고관절은 우리 몸의 사타구니 부위 양쪽에 위치한 관절로, 체중을 지탱하고 인간의 기본적인 신체활동인 걷고 뛰는 것에 큰 영향은 미친다. 고관절 주위에 심한 통증이 나타났다면 ‘고관절 골절’을 의심할 수 있다. 고관절이 있는 대퇴골은 워낙 튼튼해서 젊은 층에서는 골절을 보기 어렵지만 노년층에선 자주 발생한다. 나이가 들수록 골다공증 등으로 인해 뼈가 약해지는 데다 시력과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반사 신경이 둔해지면서 가벼운 낙상과 충격에도 골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완경 이후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남성보다 뼈가 약해지기 쉬워 골절이 더욱 빈번하다. 실제로 2023년 4만 1809명이 고관절 골절을 경험한 가운데 여성이 남성보다 2.4배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70세 이상 여성 환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노년기의 고관절 골절은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보행장애를 초래해 노년기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심한 경우 합병증으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 치매나 내과적인 질환이 있는 경우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면 기존 질환이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으며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2년 내 사망할 가능성이 70%에 달한다.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면 통증이 심해 앉기도 어려운 상태로 적절한 수술적 치료를 하지 않으면 장기간 누워 지내야 한다. 안 원장은 “엉덩이 주위의 욕창 발생으로 피부 괴사가 진행되기도 하고, 합병증으로 폐렴이나 요로감염에 걸리거나 심폐 질환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사망률도 매우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자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거의 모든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노년기 고관절 골절은 대퇴골 경부 골절과 대퇴골 전자 간 골절이 대부분이다. 대퇴골 경부 골절은 고관절 아래 대퇴골 중간 부분이 부러지는 골절로, 골절이 어긋나지 않은 상태라면 뼈가 제위치에서 골유합이 되도록 하기 위해 나사못 내 고정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골절이 어긋났다면 대퇴골두 무혈성괴사가 발생할 수 있어 빠른 회복을 위해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한다.
대퇴골 전자 간 골절은 대퇴골 경부 아래 부위에서 발생한다. 대부분 해면골로 형성돼 있어 골다공증이 있는 경우 다른 부위보다 먼저 뼈가 약해지면서 가벼운 낙상에도 골절이 쉽게 일어난다.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전신 마취는 피하고 가능하면 하반신만 마취하는 척추 마취를 통해 골절 고정 수술을 시행한다.
■낙상 위험 높이는 질환 치료 병행을
노년기에는 1~2주만 누워있어도 허벅지 근육이 약해지고 몸의 균형을 잡는 평형감각이 저하돼 제자리에 중심을 잡고 서기 힘들어진다. 수술 후 가능한 한 빨리 서서 중심 잡는 연습과 걷는 연습이 매우 중요하다.
고관절 골절 수술을 받으면 합병증을 막을 수 있어 사망률은 많이 낮아지지만 제대로 보행이 가능해지기까지는 고령일수록 장기간이 소요된다. 수술 후 낙상 사고가 또 발생할까 우려돼 걷는 연습을 제대로 하지 않고 누워 지내면 다시 걸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떨어지고 근력이 더욱 저하되는 악순환을 겪으면서 정상적인 보행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재활치료와 걷는 연습 등 초기 2~3개월간 가족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뒷받침돼야 한다.
낙상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선 적절한 운동을 통해 전신 근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운동을 하면 뼈 강도와 균형 감각이 유지돼 낙상을 막을 수 있다. 노년기에는 칼슘을 잘 섭취하더라도 실제로 흡수율이 낮아 골다공증을 개선하기 힘들기 때문에 골다공증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낙상 사고가 가장 많은 장소가 집인 만큼 안전한 집안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걸려 넘어질 가능성이 있는 턱을 되도록이면 없애고 화장실에는 미끄럼 방지 테이프를 붙이거나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까는 것이 좋다. 어지러움이나 현기증을 유발하는 질환이 있는 경우나 시력 저하, 백내장 또한 낙상 위험성을 높일 수 있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안 원장은 “최근에는 90세 이상의 고령 환자도 고관절 수술을 통해 골절 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 치료를 받는다”며 “수술·마취 위험성이 두려워 수술을 피한다면 골절 합병증으로 상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수술과 빠른 재활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