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악몽의 12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막힌 기혈이 뚫리 듯 롯데는 시즌 최다 득점(17점)을 올리며 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롯데는 24일 창원에서 열린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7-5로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롯데는 지난 7일부터 이어진 길고 길었던 12연패 행진을 마감했다. 이날 롯데는 홈런 두 방을 포함해 장단 16안타를 몰아쳤다. 볼넷은 무려 9개나 기록했다. 침체된 타선이 연패의 주된 원인이란 평가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엄청난 화력을 뿜어낸 것이다.
하지만 롯데의 연패가 과연 부진한 타격 때문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롯데는 5연패를 한 5경기에서 6득점하며 빈타에 허덕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10연패까지의 5경기 득점을 보면 14득점을 올렸다. 이는 지난 17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8-8 무승부를 제외한 수치다. 이것까지 포함한다면 롯데의 타력은 전반기 보다는 다소 떨어졌다고는 하나 연패의 주된 이유만은 아닌 것이다. 롯데는 12연패를 하면서도 팀 타율이 0.270으로 리그 2위(25일 현재)를 유지하고 있다.
연패의 주된 이유는 ‘투타 밸런스’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KBO리그는 한 시즌 총 144경기를 한다. 그러는 동안 타선이 침묵할 때도 있고, 마운드가 부진할 때도 있다. 강팀은 이런 위기를 안정된 투타 밸런스로 넘긴다. 타선이 침묵하면 마운드가 받쳐주고, 마운드가 부진하면 타선이 폭발하는 경우다. 롯데는 연패 기간 이러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특히 롯데의 ‘특급 마무리’ 김원중의 부진이 뼈아팠다. 김원중은 지난 14일 대전 한화전 때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등판해 홈런을 맞으며 팀 승리를 지켜내지 못했고, 17일 사직 삼성전 때도 만루홈런을 맞으며 연패를 끊어내지 못했다. 김원중이 2경기 연속 블론세이브를 올린 건 올해 처음이었다. 모처럼 터진 타선의 활기를 마운드가 받쳐주지 못한 것이다.
이제 연승모드다. 롯데가 12연패로 부진하고 있지만 현재 kt와 함께 리그 공동 4위다. 연승 모드로 반등한다면 ‘8년 만의 가을야구’는 충분히 가능하다. 2004년 삼성 라이온즈는 5월 10연패를 당했지만 곧바로 6연승으로 반등하더니 정규리그 2위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롯데는 이번 주 사직 6연전에 가을야구 진출 여부가 걸렸다. 사활을 걸어야 한다. 롯데는 26~28일 공동 4위인 kt와 3연전을 치른다. 4위를 따돌리고 3위 자리까지 돌아갈 절호의 기회다. 전반기를 3위(승률 0.547·47승 3무 39패)로 마친 롯데는 후반기에 승률 0.400(12승 2무 18패)으로 처지면서, 공동 4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kt는 5위(승률 0.523·45승 3무 41패)로 반환점을 돌고, 후반기에 14승 1무 16패(승률 0.467)로 주춤했으나 중위권 대혼전 속에 공동 4위에 자리했다. 롯데는 올 시즌 맞대결에서 kt에 6승 2무 4패로 앞서 있다. 롯데는 이어 29~31일은 두산 베어스와 주말 3연전을 치른다. 두산은 현재 리그 9위로 처져 있지만, 롯데는 올 시즌 두산과의 상대전적에서 6승6패로 팽팽하게 맞서 있다.
김태형 감독은 “연패 기간 동안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마음 고생이 많았다. 승리를 계기로 다시 좋았던 분위기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