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8년 전이던 2017년 마지막으로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그해 정규시즌 성적은 80승 62패 2무, 순위는 3위였다.
당시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4.51로 10개 팀 가운데 8위였다. 그런데도 롯데가 3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확실한 마무리투수였다. 2017년 롯데 마무리투수는 손승락이었다. 그는 그해 평균자책점 2.18로 37세이브를 따내 구원왕 타이틀을 차지하면서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악몽 같던 12연패의 늪에서 벗어나 다시 가을야구를 향한 행진을 시작한 롯데가 올해 믿는 구석도 마무리투수다. 바로 롯데 투수로서는 손승락 이후 8년 만에 구원왕 타이틀을 노리는 김원중이다.
김원중은 지난 2015년 프로야구 데뷔 이후 올 시즌에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그는 지난 25일까지 44경기에 나서 29세이브 3승 1패를 기록했다. KT 위즈 박영현(31세이브, 평균자책점 2.95)에 이어 세이브 2위다.
김원중에게 세이브보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평균자책점이다. 그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1.82로, 프로선수 생활 11년 만에 첫 1점대다. 그가 지난 11년간 기록한 통산 평균자책점이 4.86이고, 2023년 2.97을 기록한 게 최고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올해 얼마나 활약이 뛰어난지 잘 알 수 있다.
김원중은 올해 등판한 44경기 중 34경기에서 무자책점을 기록했다. 2자책점을 기록한 경기는 한 번도 없었고, 2실점한 경기는 딱 한 번이었다.
김원중은 7월까지만 해도 28세이브로 전체 1위였다. 하지만 8월 들어 롯데가 12연패 늪에 빠지는 바람에 등판 기회가 줄어 세이브를 추가할 기회가 사라졌다. 그는 이달 고작 4경기에 등판해 1세이브만 기록했다.
반면 7월까지 27세이브였던 박영현은 8월 9경기에서 4세이브를 보태 1위로 나섰고, 류진욱(NC 다이노스)은 11경기 7세이브, 김서현(한화 이글스)은 8경기 3세이브를 보태 각각 27세이브를 기록하며 김원중을 2개 차이로 추격했다.
김원중은 프로야구 선수 생활 11년 동안 개인 타이틀을 한 번도 차지한 적이 없었다. 2012년 35세이브를 기록해 오승환(삼성 라이온즈·44세이브)에 이어 구원부문 2위에 오른 게 고작이었다. 이런 그에게 올해는 마지막으로 찾아온 좋은 기회다.
김원중은 팀이 연패 늪에 빠졌던 지난 14일 한화전에서 4-3으로 앞선 9회말 동점 홈런을 허용했고, 17일 삼성전에서는 7-3으로 앞선 8회초 역시 동점 홈런을 내줬다. 결국 롯데의 12연패 책임을 그도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롯데가 ‘11연패한 팀은 가을야구에 못 갔다’는 과거 역사를 뒤집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위해, 그리고 가을야구에서 선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선수는 결국 김원중이 아닐 수 없다. 그가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면서 구원왕 타이틀을 따낼 경우 롯데의 가을야구 티켓은 손에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게 팬들의 기대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