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이 국내 최고의 사법 기관 수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사퇴를 압박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조희대 대법원장이 특정 재판에서 편향성을 보여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사퇴를 강력 촉구했다. 여기에 15일 대통령실까지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며 여당의 대법원장 사퇴 압박에 가세하면서 상황의 심각성은 더 커지고 있다. 여당과 대통령실의 이러한 움직임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사법부 독립과 헌법상 권력 분립 원칙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으로 단순히 정치 공방을 넘어 사법부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낳는다. 이는 법관의 독립성과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명백한 월권행위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내란 수괴 혐의자 윤석열’ 재판 결과를 겨냥하며 대법원장 사퇴는 물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통령실의 태도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특별한 입장은 없다”면서도 “선출 권력인 국회의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이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는 모호한 발언으로 사법부 독립 훼손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비록 이후 해명에 나섰으나 행정부가 입법부의 압력을 빌미 삼아 사법부 수장을 공격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는 헌법 수호의 최전선에 서야 할 행정부가 오히려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꼴이 된 셈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이런 압박에 대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유죄 판결을 뒤집으려는 중대한 헌법 위반이자 탄핵 사유”라고 비판했다. 개혁신당 또한 “사법부를 길들이는 순간 재판은 정권의 하청으로 전락하고 민주공화국의 원칙과 법치는 무너진다”며 우려를 표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사법부 내부에서조차 이러한 정치권의 압박에 대한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법부 독립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자 국민 기본권 수호의 핵심이며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삼권분립의 핵심 전제이다. 따라서 어떠한 권력도 재판 과정에 개입하거나 특정 판결을 요구할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은 지금이라도 사법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대법원장에 대한 압박이나 강성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 오직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할 법관의 직무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는 것은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국힘 등 야권과 사법부 내부에서조차 대통령실의 사퇴 압박은 이재명 대통령의 범죄 재판을 막으려는 시도, 중대한 헌법 위반이자 탄핵 사유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러한 우려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방증한다. 법관들이 외부 압력 없이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고 진정한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길임을 정부와 여당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