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금값 과일’ 기우였나… 폭염에 되레 가격 하락세

입력 : 2025-09-1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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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에 추석 가격 급등 우려
뚜껑 여니 지난해보다 출하량 늘어
폭염으로 병해충 줄어 오히려 이득
추석 작년보다 20일 늦은 것도 원인
조생종에 일부 중생종까지 공급 겹쳐

농협유통 관계자들이 지난달 26일 추석 대표 제수용 과일인 홍로 품종 햇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농협유통 제공 농협유통 관계자들이 지난달 26일 추석 대표 제수용 과일인 홍로 품종 햇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농협유통 제공

올해 추석 제수용 과일값이 당초 우려와 달리 지난해보다 저렴할 것으로 전망된다.

늦여름까지 과실의 생육 부진과 ‘햇볕 데임(일소)’ 등 피해가 이어지며 과일값 폭등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더위가 한풀 꺾이고 예년보다 늦게 찾아온 추석 덕에 성수기 출하량이 증가한 덕분이다.

폭염으로 전반적으로 습도가 낮아지면서 탄저균 등 병충해까지 힘을 쓰지 못한 것도 한몫했다.

1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추석 성수기 과일 도매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대부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배·단감 등 제수용 6대 과일 출하량이 9월 사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구원은 서울 가락시장 기준 추석 성수기(9월 22일~10월 5일) 사과 10kg 도매가격이 작년 5만 5700원에서 올핸 5만 3000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배는 15kg짜리 가격이 작년 5만 4700원에서 4만 6000원으로, 단감은 10kg 가격이 3만 8500원에서 2만 9000원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경남 창원에서 생산된 조생종 품종인 ‘서초조생’과 ‘태추’ 단감이 지난 7일 북창원농협 산지유통센터에서 서울·경기 등 수도권 주요 공판장으로 유통되고 있다. 창원시 제공 경남 창원에서 생산된 조생종 품종인 ‘서초조생’과 ‘태추’ 단감이 지난 7일 북창원농협 산지유통센터에서 서울·경기 등 수도권 주요 공판장으로 유통되고 있다. 창원시 제공

이 같은 추이는 통상 9월 중순이던 추석이 올해는 10월 둘째 주까지 늦춰지면서 상대적으로 출하 물량을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올해 추석은 오는 10월 6일로 지난해보다 20일이나 늦다.

유통업계에선 통상 추석 2주 전부터를 대목으로 본다. 이 시기에는 8~9월 수확한 조생종 과일들이 주로 거래된다.

하지만 이번엔 조생종뿐만 아니라 일부 중생종까지 시장에 나와 출하량을 끌어올릴 수 있어 성수기 물량은 작년보다 넉넉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구원은 이번 추석 성수기 사과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6.5%, 배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7.2% 증가할 것으로 봤다. 장기간 이어진 무더위에 과실의 크기가 덜 자라면서 수확시기가 늦어져 추석에 집중적으로 수확·출하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경남이 전국 물량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단감은 성수기 출하량이 119.3%나 껑충 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는 생육 지연과 이른 추석이 겹치며 출하량이 평년의 반절 수준을 보였지만, 올해는 조·중생종 단감 대부분이 성수기 출하가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15일 서울 경동시장의 과일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지난 15일 서울 경동시장의 과일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앞서 유통업계는 장기간 이어진 폭염 탓에 추석 조생종 과일값 폭등을 우려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폭염은 7월에 14.5일, 8월에 11.5일 동안 지속됐다. 그러나 9월 들어 폭염 일수 1.4일을 기록 중으로 더위는 사그라드는 모습이다.

과일값이 하락을 중심으로 올 추석 장바구니 물가도 가벼워진다.

가격조사 기관인 한국물가협회는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1.1%(3090원) 하락한 28만 4010원을 제시했다. 전통시장 차례상 비용은 대형 마트 전국 평균 37만 3540원보다 24%(8만 9530원) 적었다.

전통시장이 대형 마트보다 저렴한 품목은 쇠고기와 돼지고기, 대파, 배 등이다. 대형 마트는 가공식품 가격이 우위였다.

협회가 조사한 차례상 비용은 지난 10년간 31.5% 상승했다. 코로나19 충격과 이상 기후 영향으로 2020~2022년 3년 연속 차례상 비용이 매년 7% 이상 높아졌으나, 올해 추석엔 2년 만에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이번 추석 차례상 비용 하락을 이끈 건 과일과 채소였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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