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 등 사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이르면 다음 주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안을 발표한다. 정기국회 내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을 계기로 “사법부 장악 시도가 도를 넘었다”고 반발하면서 ‘장외 투쟁’ 방침을 사실상 확정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16일 “사법개혁 속도 조절은 끝난 것 같다”며 “조만간 개혁안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당 사법개혁 특별위원회가 마련한 대법관 26명 증원안을 확정하고,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번 정기국회 안에 처리한다는 게 민주당의 목표다.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도 거듭 제기됐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내란범 윤석열과 그가 엄호하는 조희대는 내란 재판을 교란하는 한통속”이라고 공세를 폈다. 또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응답 없는 사법부를 입법부가 방치한다면 그건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주장도 이어갔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사퇴를 거부할 경우, 탄핵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의 이같은 강경 대응은 지난 12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사법부의 반발 목소리가 커지자 기선 제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내에서는 여론 비판을 감안해 수위 조절 필요성도 느끼는 분위기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 대법원장 사퇴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헌법기관인 의원 개인 의견인 것”이라며 “당론 차원에서 논의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역시 이날 “대통령실은 대법원장의 거취를 논의한 바 없으며 앞으로 논의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전날 강유정 대변인의 ‘원칙적 공감’ 발언으로 제기된 논란을 차단하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여권의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을 계기로 대여 총반격에 나선 모습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에 대해 “헌법이 보장한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폭거이자 법원을 인민재판소로 전락시키려는 반민주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국민의힘은 또 이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여권의 ‘사법부 흔들기’에 대한 국민적 위기감이 커졌다는 판단에 따라 장외 투쟁 방침을 사실상 결정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의총 후 취재진에게 “국회 담벼락 안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장외로 나가서 강력하게 투쟁하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지도부 논의를 거쳐 가까운 시일 내 투쟁 방식을 말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사실상 장외로 나가기로 의견을 모은 것은 여권의 사법부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제1야당이 결기를 보여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박 수석대변인은 “강유정 대변인 발언을 유추하면 대통령이 직접 조 대법원장을 물러나라고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라며 “이 대통령의 헌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탄핵’ 시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장외 투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한다. 박정훈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외부와의 연대가) ‘윤 어게인’과 맞물려 있기에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도부가 신중하게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국민의힘은 국회 밖 투쟁과 별개로 앞으로 여야 간 합의되지 않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하는 방안도 이날 의총에서 논의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