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까지 살아온 인생의 무게는 얼마쯤일까?
솜털처럼 가벼운 그런 중량이었기를 바란다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길인데
철 같은 무게를 품고 살았다면 헛된 일이지
그때 너와 헤어지면서 비수를 꽂았다면
그 또한 철부지의 가난한 퍼포먼스였을 뿐이야
그때는 그게 그렇게 억울해서 죽고 싶었는데
그것조차도 저울에 달면 하찮은 무게에 불과하지
한때의 희망과 한때의 절망도 시간 위에서는
투명한 깃털처럼 부유하지 부유하다 떨어지지
새처럼 가볍게 날지 못한다 하더라도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구름처럼
바람에 날리며 떨어지는 꽃잎처럼
무한한 가벼움에 내 마지막 생을 얹고 싶어
시집 〈꿈의 방정식〉 (2024) 중에서
불행은 쉽고 행복은 힘겹다는 말이 있습니다. 살면서 마음을 비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구름처럼 꽃잎처럼 생이 가볍기를 바라는 시인의 회한 앞에서 나는 어떠한가, 하고 서성이게 됩니다.
왜 내 삶의 무게는 이렇게 무거운가. 그러나 누구에게나 내려놓고 싶은 짐이 있을 것입니다. 희망과 절망은 같은 무게. 그래서 매일 매일 잘 살았는지 반성하고 용서하고 다짐하게 됩니다.
내 생의 무게는 내가 결정하는 것. 주어진 삶의 무게를 내 몸처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의 무게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런지요.
거부할 수 없는 상실의 체험 속에서 실존의 가치는 더 드러나겠지만 부드럽고 너그러워진 감정들만이 그 짐의 무게를 줄일 줄 아는 힘이 아닐런지요. 신정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