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이 협력해 새로운 성장 거점을 만들자는 ‘생존 연대’ 흐름 속에 관광과 워케이션이 동남권 협력의 주요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관광객들은 부울경을 연계해 이동하며 여행 동선을 확장하고 있다. 교통 접근성과 도시별 매력이 맞물리면서 동남권을 하나의 관광권역으로 인식하는 흐름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2033년까지 총 3조 원을 투입해 남부권 광역관광 개발계획을 추진 중이다. 부울경은 물론 광주·전남까지 포함된 통합 협의체가 출범하며, 교통망과 테마 관광지를 연계하는 초대형 국책사업이 시동을 걸었다.
부산시는 1925억 원을 들여 아미산 낙조 명소화, 기장 오션블루레일 등 6개 개발사업과 이음·채움·키움 프로젝트, K콘텐츠·MICE 생태계 육성 등 5개 진흥 사업을 추진한다. 아미산 사업은 현재 실시설계 단계에 들어섰고 기장·화명 사업도 투자심사 승인을 거쳐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협력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에서 출발해 울산 대왕암, 경남 통영·진주 등을 잇는 4~5일 코스의 광역 관광상품이 출시됐고, 경주·양산·남해를 연결하는 원데이 버스 투어도 운영 중이다. 개발 초기부터 지자체와 지역 여행사가 참여해 협력의 의미가 크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비짓부산패스’도 하반기부터 동남권 전역으로 가맹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관광뿐 아니라 워케이션(Workation·일+여행) 시장에서도 부울경 협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부산은 금융·마이스 인프라와 해양관광 자원을, 울산은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대규모 산업단지를, 경남은 제조업 기반과 남해안 해양·섬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세 지역의 특색을 패키지로 묶을 경우, 해외 경쟁지와 차별화된 ‘산업-관광 융합형 워케이션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은 원도심 유휴 공간을 리모델링해 거점·위성센터 6곳을 운영하고 있다. 총 1만3000여 명이 참여했고, 이 과정에서 11개 기업의 이전으로 이어지는 성과도 냈다.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협력 구조를 강조한다. 여호근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광역권 협력사업 성과를 정부가 공동 성과로 인정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철도망이 완비되기 전까지는 광역 버스와 연계 택시 같은 현실적 교통 대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소규모 기업 단위 워케이션도 법적으로 ‘비즈니스 이벤트’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며 “제도·교통·콘텐츠를 함께 보완해야 관광과 워케이션이 진정한 동남권 모델로 뿌리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시 관계자도 “워케이션이 단기 성과에 머물지 않으려면 민간 기업 참여 확산과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