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벨라스케즈와 의문들, 팔꿈치 수술 2회 33세 투수… 롯데 왜 ‘10승’ 대신 뽑았을까

입력 : 2025-09-17 17: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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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경기 평균자책점 10점대
미국서 두 차례나 인대 접합 수술
33세 나이 고려 투구 이닝 제한
김태형 감독 “영상과 팔 각도 달라”
영입 과정에서 실수 가능성 제기

롯데 자이언츠 선발투수 벨라스케즈가 지난 8월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 선발투수 벨라스케즈가 지난 8월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2025년 9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야구팬들의 가장 큰 화두는 ‘빈스 벨라스케즈’다. 롯데 구단이 잘하던 데이비슨을 내보내고 새로 뽑은 그가 온 이후로 롯데 성적이 ‘폭망’했으니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시 벨라스케즈 교체를 두고 ‘신의 한 수 아니면 자충수’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결론은 후자로 굳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화두의 핵심은 분명하다. ‘왜 이렇게 못할까’가 아니라 ‘왜 그를 뽑았을까’이다.

벨라스케즈 선발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 그가 올해 남긴 성적부터 보자. 10승 5패 평균자책점 3.65로 준수한 성적을 거둔 데이비슨을 쫓아내고 ‘메이저리그급’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데려온 벨라스케즈의 연봉은 33만 달러다. 그는 지난 8월 13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른 이후 7경기에서 24와 3분의 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10.58을 기록했다.

처음에는 선발투수였지만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자 급기야 지난 16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불펜투수로 전락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결과는 좋지 못해 3분의 2이닝 2안타 1실점이었다.

벨라스케즈는 신장 190cm, 체중 95kg의 우완 투수다. 2010년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지명됐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총 191경기에서 763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38승 51패를 거뒀고 평균자책점은 4.88이었다. 2018년에는 필라델피아에서 9승 12패를 기록해 개인 최다승을 따냈다. 2016~2023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받은 연봉 총액은 1762만 달러였다. 2012년에는 무려 400만 달러를 받았다.

마이너리그에서는 11시즌 동안 총 105경기에 등판했고 79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서 33승 19패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했다. 올해는 콜럼버스 클리퍼스에서 18경기에서 81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5승 4패 평균자책점 3.42의 성적을 남겼다.

롯데는 벨라스케즈를 데려올 때 ‘최고 153km의 빠른 속구를 가지고 있으며 슬라이더, 너클 커브,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에서 9시즌 동안 활약하며 76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에서 763이닝 동안 탈삼진 822개, 마이너리그에서 417이닝 동안 탈삼진 494개를 뽑을 정도로 삼진 능력이 좋다고도 덧붙였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문제는 벨라스케즈에게는 팔꿈치 부상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었다. 첫 번째는 마이너리그 시절이던 2010년이었다. 그는 토미 존 서저리, 즉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1년 가까이 쉬어야 했다.

두 번째 부상은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 시절이던 2023년 8월이었다. 부상 부위는 똑같았고 토미 존 서저리도 똑같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치료 및 재활 때문에 2023년 잔여 시즌은 물론 2024년 전체 시즌을 건너뛰었다.

벨라스케즈는 올해 마이너리그에 복귀했다. 과거 최고 155km였던 구속은 150km까지 떨어졌다고 미국 언론은 지적했다. 부상 재발을 우려한 구단에서는 처음에는 평균 4이닝 정도만 던지게 했다. 7월 이후에는 경기마다 3~5이닝 투구를 반복했다. 미국에 있을 때에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100% 확신할 수 없다는 게 미국 언론 평가였다.

벨라스케즈는 1992년 6월 출생이어서 현재 나이는 만 33세 3개월이다. 미국 언론은 부상 이력, 구위, 나이를 고려할 때 메이저리그 승격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선수 선발을 결정하기 전에 언론 기사 검색만 했어도 금세 알 수 있는 사항인데 롯데는 정말 몰랐던 것일까. 롯데는 두 차례나 부상을 당한 ‘나이 많은’ 투수를 왜 선택했을까.

벨라스케즈는 지난달 29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5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이날 롯데 김태형 감독은 “팔 각도가 영상과는 약간 달라 보인다. 조금 더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투수 팔 각도가 떨어지면 구위, 제구력도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요한 포인트이다.

김 감독의 말은 묘한 여운을 남겼다. 영상과 다르다는 말을 달리 해석하면 그가 제대로 된 영상을 못 봤다는 말이다. 벨라스케즈가 잘 던졌던 옛날 영상이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롯데 구단에서는 엉터리 자료를 바탕으로 선수를 뽑은 셈이 된다.

일부에서는 “10승 투수를 내보낸 것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런 욕심을 부릴 정도라면 영상만 보고 선수를 고를 게 아니라 코칭스태프 중에서 한두 명을 미국에 보내 직접 관찰하는 게 올바른 일”이라고 지적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벨라스케즈 영입에 김 감독의 평가가 제대로 반영됐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감독이 아니라 구단 고위층의 ‘욕심’때문에 결론이 내려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롯데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용병 도입 실패한 단장 사퇴하라”는 말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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