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가정보관리원(이하 국정자원) 화재 수습 와중에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사실을 두고 여야가 5일에도 공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심각한 국가적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무슨 생각으로 예능을 촬영했는지 궁금하다”며 “대통령 부부의 냉장고 속이 아니라 머릿속이 궁금하다”고 직격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48시간 행적은 결국 거짓말이었다”며 “거짓을 거짓으로 덮다가 결국 어제 지난달 28일 예능 녹화 사실을 시인했다”고 지적했다. 당초 정확한 촬영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던 대통령실은 국민의힘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촬영 시점을 공개했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은 과거 성남시장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밝히라며 형사 고발까지 했다”며 “심각한 국가적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무슨 생각으로 예능 촬영을 했는지, 극단적 선택을 한 담당 공무원의 발인을 피해 고작 하루 늦게 방송을 강행하겠다는 발상이 어디에서 온 것인가”라고 거듭 날을 세웠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당시는 전대미문의 국가 전산망 피해로 인해 국민적인 피해가 한창이었고, 사고의 구체적인 원인과 피해규모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시기”라며 “그런데도 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TV 예능에 출연해 희희낙낙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한 야당 국회의원에게 허위사실과 법적조치를 들먹이며 겁박하더니, 뒤늦게서야 방송 녹화 사실을 인정했다”며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겁박부터 하고 보는 것은 무책임한 조폭식 운영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흑색선전”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방미 일정에서 복귀한 직후인 지난달 26일 밤부터 (국정자원) 화재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고 필요한 조치를 지시했다”며 “이에 따라 (같은 달) 27일 국무총리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가 개최됐고, 당일 오후 6시 화재는 완진됐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48시간 의혹을 지어낸다고 해서 윤석열 정부의 잃어버린 3년이 없어지겠나”라며 “주 의원에 대해 즉시 고발 등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과거 전산망 마비 사태를 겪고도 오히려 이중화 예산을 삭감하며 이번 화재를 예방할 기회를 날렸다”고 전 정부의 책임론으로 맞섰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서울경찰청에 관련 의혹을 집중 제기한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주 의원은 “(방송을) 취소하고 대국민 사과하면 될 일을 계속 키운다”며 “오만한 정권이고 이재명 왕정이라는 증거”라고 맞받았다. 주 의원 역시 6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및 무고죄 등 혐의로 강유정 대통령 대변인과 박 수석대변인을 고소할 예정이다.
한편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 내외가 출연할 예정이었던 ‘냉장고를 부탁해’ 추석 특집편은 당초 오늘 방영 예정이었으나, 대통령실의 요청으로 편성이 하루 미뤄져 오는 6일 오후 10시 방송될 예정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