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고등어의 신선도를 실시간으로 등급화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더 이상 사람이 맨눈으로 구분하거나 손으로 눌러볼 필요가 없습니다. 무게만으로 품질을 평가하던 기존 방식에 신선도 기준이 더해지면 수산물에 대한 객관적인 품질 평가가 가능해지고, 이는 국내 수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김영목 국립부경대 수산과학대학 학장(식품과학전공 교수)은 최근 고등어의 눈, 배, 등 부위 색상만으로 신선도를 판별하는 스마트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외관을 맨눈으로 살피거나 손으로 배를 눌러 탄력을 확인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이 방법은 주관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새로 개발된 기술은 고등어의 눈 혼탁 정도와 배·등 부위 색 변화를 카메라로 촬영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AI가 분석해 신선도를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평가한다.
연구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김 교수 연구팀은 3년에 걸쳐 수만 마리의 고등어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카메라로 촬영한 외관 데이터를 신선도와 직결된 휘발성 염기질소(VBN), 미생물 변화, 지방산 함량 등 화학적 수치와 매칭해 방대한 데이터셋을 구축했다. 이 자료를 토대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학습시킨 결과, 단 몇 초 만에 고등어의 신선도를 판별할 수 있는 모델이 완성됐다. 김 교수는 “기존 VBN 검사는 시료를 손상시켜 분석해야 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시간이 걸려 현장에서 활용하기 어려웠다”며 “이번 기술은 비파괴 방식으로 실시간 판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달 24일 목포수협에서는 이 기술을 적용한 자동 선별기 시연회가 열린다. 컨베이어 벨트 위를 흐르는 고등어를 카메라가 촬영하면 크기와 무게는 물론 신선도까지 판별해 등급을 매긴다. 이 장치는 10초에 6마리, 하루 최대 70t까지 처리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빠른 분류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신선도까지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도 자동 선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무게만 기준으로 삼은 탓에 실제 신선도를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했다. 반면 이번 기술은 어종별 특성까지 고려해 품질을 과학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기술은 고등어뿐 아니라 오징어, 조기, 굴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특히 고등어는 중량이 클수록 지방 함량이 높아져 맛과 품질이 과학적으로 입증된다. 여기에 신선도 기준까지 더해지면 소비자와 어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가격 체계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과학적 등급화가 수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어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에는 잡은 물량을 얼마나 빨리 경매에 내놓느냐가 중요했지만, 앞으로는 같은 물량이라도 얼마나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993년 축산물 등급제가 시행된 이후, 한우의 등급 체계가 소비자에게 자리 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수산물도 단계적으로 객관적 등급제가 도입된다면 소비자는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고, 어민은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