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화, 부마민주항쟁부활도, 2019. 부마미술제 제공
부산민예총 시각위원회는 지난 9월 6일부터 10월 10일까지 부산민주공원 기획실에서 2025 제1회 부마미술제 ‘기억하는 산’을 전시했다. 부마민주항쟁은 1979년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부산과 마산에서 박정희 정권의 18년 장기 집권과 유신독재에 저항해서 일어난 시민항쟁이자 민중항쟁이었다. 부마민주항쟁은 이후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군부독재 종식의 시발점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부마민주항쟁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이정표이다.
‘기억하는 산’은 부마민주항쟁을 주제로 처음 이루어진 전시였다. 부산민예총 시각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기획전의 목적은 “부마민주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오늘날 우리가 지켜야 할 민주주의 방향을 함께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부산·경남에서는 부마민주항쟁을 주제로 한 독립적인 미술 전시가 없었다. 주최 측은 ‘부마미술제’가 광주의 ‘오월미술제’나 제주의 ‘4·3미술제’처럼 부산·경남 지역 진보 미술의 상징적인 전시로 자리 잡고, 나아가 한국 진보 미술운동의 지형을 완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21명의 참여 작가는 작품을 통해 ‘유신 철폐, 독재 타도’의 구호로 부산과 마산의 거리를 뒤덮은 1979년 당시의 함성이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을 거쳐, 2016년의 촛불 항쟁, 그리고 작년의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를 종식한 ‘빛의 혁명’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의 가치임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자 한다. 또한 그 속에서 사회 변화를 촉발하는 강력한 매개체로서 예술의 역할을 웅변하고자 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곽영화의 ‘부마민주항쟁부활도’이다. 이것은 천막 천에 아크릴로 그린 걸개그림으로, 작가가 전체 밑그림을 그리고, 시민 180명이 제작에 참여한 그림이다. 부마항쟁의 여러 장면을, 실사를 바탕으로 상상으로 재구성했다. 선언문을 든 학생들, 김경숙 열사로 대표되는 저임금 여성 노동자들, 시위 군중, 경찰·군대, 도시 풍경, 신발·동백꽃 등 지역 상징물의 이미지들이 병치되어 있다.
이 작품은 사진이나 조각을 물리적으로 붙여 넣는 재료적 콜라주는 아니다. 오히려 이질적 이미지를 병치·조합해 하나의 집합적 서사를 만드는 방식을 취한 회화적 콜라주, 또는 내러티브 콜라주라 부를 수 있다. 더 나아가 실제 역사 사진, 현장 자료에 기반한 이미지를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콜라주’라는 표현도 가능하다. 이 그림을 통해 작가는 부마민주항쟁의 역사적 장면과 지역 상징을 집단적 회화로 재구성했으며, 민주주의 투쟁의 기억을 시민의 참여 속에 되살리고 있다. 미술평론가·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