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정책 설계자들의 부동산 보유 실태가 드러나면서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23일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 차관을 비롯해 대통령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의 정부 고위 인사들이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보유하거나 전세·대출을 끼고 갭투자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빚내서 집 사지 말라”고 훈계하던 이들이 정작 자신들은 지렛대를 활용해 시세차익을 챙긴 셈이다. 여기서 진짜 문제는 정부 고위직의 도덕성 결여보다도 정책의 진정성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점이다.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국민을 더 분노케 하는 것은 부동산 정책 주역들이 정작 금지한 수법을 그대로 썼다는 점이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며 서민들에게 “기다리라”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부인의 이름으로 판교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매입해 6억 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얻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서초구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으로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었고, 구윤철 부총리와 이억원 금융위원장 역시 강남권 아파트 매입과 재건축 투자를 통해 이익을 챙겼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강남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 정책 책임자들의 이런 ‘내로남불’ 행태 앞에서 국민이 어떻게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더 뼈아픈 것은 이런 위선이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구조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을 비롯한 지방 부동산 시장은 거래 절벽과 미분양 누적으로 이미 얼어붙었다. 그럼에도 정부 대책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설계된다. 강남 과열을 잡겠다며 규제와 대출 제한을 쏟아붓는 사이, 지방 시장은 고사 위기에 몰렸다. 이런 가운데 정책 설계자들이 강남 아파트로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사실은 지방민에게 ‘배부른 자들의 자기 놀음’으로 비칠 뿐이다. 수도권 중심의 규제와 세제 정책이 지방의 회복력마저 짓누르는 현실 속에서 이른바 고위 관료들의 이율배반적 움직임은 지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다.
부동산 정책의 진정성은 구호가 아니라 행동으로 입증돼야 한다. 정책 책임자들의 행보 하나하나에 진심이 담겨야 한다는 뜻이다. 집값 안정과 서민 주거 안정을 외치면서 자신은 예외로 남겠다는 태도는 정책 신뢰를 무너뜨릴 뿐이다. 정책의 진정성은 내로남불 구조를 깨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균형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전국을 직시해야 한다. 수도권 과열에만 정책 무게추가 쏠리면 지방은 끝없는 침체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지방 부동산 냉기는 외면하면서 자신들만 이익을 챙긴다면 정책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어떤 대책도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정부와 정책 설계자는 이 사실을 똑똑히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