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새 5배 늘었다…경남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비상’

입력 : 2025-10-23 16:5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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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올해 25만 4759그루 고사
2021년 대비 5배 ↑ ‘확산일로’
자원 총동원 방제…수종 전환도

경남 진주시 문산읍 한 야산. 최근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산하면서 고사목이 늘고 있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시 문산읍 한 야산. 최근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산하면서 고사목이 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전국적으로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경남 지역에서도 5년 새 소나무재선충병이 5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이 적극적으로 방제에 나서고 있지만 방제 속도가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22일 산림청·경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경남 지역에서 확인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고사목은 25만 4759그루다. 전국 피해량의 21% 수준으로, 경북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지역별로는 밀양시와 창녕군, 김해시 등 동부 경남에 피해가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 하동군을 비롯해 경남서부 지역에서도 빠르게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해송·잣나무·섬잣나무 등 소나무류가 감염되면 100% 고사하는 치명적인 산림병해충이다. 소나무재선충은 1mm 내외 실처럼 생긴 선충으로,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 등 매개충의 몸 안에 서식하다가 건강한 나무 상처 부위를 통해 침입한다. 감염된 나무는 수분이 차단돼 2~3개월 이내에 붉게 시들고 말라 죽는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경남 소나무재선충병 발생 규모는 이 정도로 심각하지 않았다. 확인된 피해고사목은 해당연도에 모두 방제되는 수준이었다. 실제 2021년 피해고사목 발생량은 5만 8567그루로, 모두 방제 처리됐다. 이듬해인 2022년에도 9만 6267그루로 급증하긴 했지만 전량 방제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2023년부터 손을 대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졌다. 2023년 27만 7700여 그루, 지난해 21만 871그루, 올해 25만 4759그루가 발생했다. 5년 사이 5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범위를 부울경으로 넓혀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1년 9만 2144그루 정도였던 부울경 소나무재선충 피해고사목은 올해 들어 42만 2113그루로 폭증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갑자기 소나무재선충병이 늘면서 대응 예산이 부족해졌다. 제거가 안 된 소나무는 해를 넘겨서 예산이 확보되면 제거되는데 그해에 발생하는 소나무도 많다 보니 방제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경남 지역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고사목은 5년 사이 5배가량 폭증했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지역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고사목은 5년 사이 5배가량 폭증했다. 김현우 기자

소나무재선충병이 가파르게 확산하는 데는 기후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산림청에 따르면 매개충의 우화 최성기는 지난 2019년 5월 11일이었지만 지난해 5월 2일로 9일 정도 앞당겨졌으며, 활동이 왕성해지고 그 반경과 기간이 확대됐다. 반면 겨울과 봄 기온 상승, 겨울에서 여름 사이 강수량 감소로 소나무 생육 여건은 취약해졌다.

여기에 경남은 산청과 하동 등 대규모 산불 피해도 발생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조사 결과 산불 피해지역 소나무재선충 매개충 밀도는 산불이 일어나지 않은 지역보다 최대 14배 이상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강호철 경상국립대 조경학과 명예교수는 “주기적으로 어느 한 지역에 발병해서 번성하면 그게 전이돼서 다른 지역으로 확산한다. 복합적인 원인으로 소나무재선충병이 계속 확산하고 있는데 대응 방식은 바뀐 게 없다. 소나무가 죽으면 가서 잘라내는 건데 이거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를 비롯해 관계 기관이 적극적으로 방제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한 해에만 20~30만 그루에 달하는 소나무재선충병이 발생하다 보니 방제가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방제되지 않은 감염목은 이듬해 발생량과 합쳐져 확산 속도를 더 높인다.

예산도 부족하다. 올해 경남도가 투입하는 재선충병 방제 예산은 587억 원 정도다. 5월까지 500억 원을 소진했는데 방제량은 절반을 조금 넘기는 데 그쳤다. 일단 내년 예산을 앞당겨 투입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다른 지역 사정도 별반 차이가 없는 실정이다.

이에 당국도 방제 정책에 변화를 주고 있다. 감염목이 새로 확산하는 곳을 중심으로 집중 방제에 나선다. 반면 감염목 확산이 재발하거나 심각한 지역은 감염목을 자연 도태시키고 수종 전환을 검토 중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올해 예산과 인력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전국적으로 261만 그루를 방제할 계획이다. 반복·집단적 피해발생지는 수종 전환 방제를 도입하고 매개충 우화시기를 감안해 방제 기간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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