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영화진흥위원회 건물. 영진위 제공
국가가 공식 인정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영화는 독립예술영화 심의 대상에서 원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소속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한상준 영화진흥위원장에게 이승만 전 대통령과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 정치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2’이 독립영화로 불인정된 사례를 언급했다.
박 의원은 “최근 ‘건국전쟁2’란 영화가 영진위로부터 독립영화 불인정 판단을 받았다”며 “편향된 표현 방식, 완성도 미흡으로 심의 인정 기준 해당 없음 판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 영화를 ‘국가가 공식 인정한 역사적 사실을 전면 부정했다’고 보며 “결과적으론 독립영화 불인정을 받았지만, 심의 인정 의견을 낸 심사위원이 두 명이나 있다는 사실을 접했다”고 말했다.
‘건국전쟁2’는 보수 정치 다큐멘터리 ‘건국전쟁’ 이후 나온 후속편이다. 이 영화는 제주 4.3 사건과 여순 사건이 남로당 좌익 세력의 무장 반란이자 폭동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 의원은 “제주 4.3 사건은 공식 보고서로 확인 확정된 역사적 사실이며. 대통령이 관련해 공식 사과까지 했던 일”이라며 “1999년 제주 4.3 특별법과 2021년 정부 개정안, 2014년 국가 추념일 지정 등 이 모든 것이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통과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 4.3 사건의 기록물이 올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됐고 △4.3 사건을 소재로 대표작을 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점 등도 언급했다.
박 의원은 “그런데 이 사실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영화를 두고 국가 기관의 심의 과정에서 독립영화로 인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첫 번째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일 뿐 아니라 공적 권위의 신뢰를 손상시키는 일”이라며 “왜곡된 사실을 우리 사회가 공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명백히 인정된 역사적 사실을 위배하는 영화에 대해 심의 과정에서 심사 대상에 원천 배제하는 방안에 대한 생각을 여쭙고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상준 위원장은 “독립예술영화 인정은 저희가 아닌 외부위원들로 구성된 소위원회가 의결을 하기 때문에 저를 포함한 영진위 내부에선 소위원회의 결정에 관여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심의 관련해선 심의 권한을 가진 분들의 입장이 따로 있기 때문에 위원장으로서 독자적으로 입장을 바로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박수현 의원은 “표현의 자유가 헌법이 인정하는 기본권이지만,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더군다나 제주 4.3 특별법 13조는 허위 사실을 유포해서 유족 명예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조항을 분명히 명시했다”며 “국가 기관인 영진위가 사실 심각히 왜곡한 영화에 독립영화란 공적 지위을 부여하는 것은 법치주의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명백히 검증된 사실을 왜곡한 영화를 심사 대상에서 원천 배제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