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오슬로 오페라하우스가 위치한 곳은 과거 항만이었던 비요르비카 지역이다. 산업화 시대를 지나며 쇠락했던 항구는 2000년대에 이르러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의 새로운 문화 및 도시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뭉크미술관이 개관했으며, 현대적인 디자인의 다이히만 도서관도 이곳에 있다.
하지만 단연 중심이 되는 건물은 2008년 개관한 오슬로 오페라하우스이다. 설계를 맡은 건축사무소 스노헤타(Snøhetta)는 공연 예술을 위한 공간을 넘어 시민의 일상 속으로 예술을 끌어들이려는 목표를 가지고 디자인했다. 그 결과 건물은 빙하에서 녹은 얼음 조각처럼 흰색 대리석 지붕이 완만한 경사로 뻗어 있으며, 사람들은 그 위를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 오페라하우스의 지붕이 도시의 공공 광장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공연을 보지 않아도 시민들은 워터프론트의 연장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해질녘 노을을 즐길 수 있다. 건축이 도시의 일상과 자연스럽게 맞닿게 된 것이다.
오페라하우스 내부는 외관과 대조적으로 따뜻한 목재가 방문객을 맞는다. 하얀 외피와 달리, 내부는 노르웨이산 참나무로 마감되어 있다. 차가운 바다 위의 얼음 같은 외관 속에, 따뜻한 북유럽 스타일의 목조주택이 숨어 있는 셈이다. 특히 천공 벽 패널은 올라프 엘리아슨이 디자인해서 화제가 되었다. 외부와 내부의 이 대비는, 스노헤타가 지향하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건물의 외피는 대리석과 유리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덕분에 남쪽 입면은 내부의 활동이 바깥에서도 보인다. 공연 준비를 하는 무대 뒤의 모습, 리허설 중인 오케스트라의 모습까지 보이는 것이다. 덕분에 관객과 예술가, 무대와 도시의 경계가 흐려진다. 건물은 공연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예술이 태어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는 공연 티켓을 가진 소수의 관객을 위한 건물이 아니라 도시의 공공재로서 ‘모두의 건축’을 지향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는 공공건축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높이 솟은 기념비 같은 랜드마크가 아니라 모두가 함게 오를 수 있는 언덕으로 시민의 삶과 문화를 담는 도시의 풍경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