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의 후폭풍이 거세지자 더불어민주당이 논란이 불거진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의 ‘집값’ 발언에 대해 연일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완화 카드를 꺼내는 등 싸늘해진 민심 수습에 집중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한 여권의 다급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재초환 완화에 대해 “(국회) 국토위 (민주당 위원)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안다”며 “유예 기간을 훨씬 늘리는 것 아니면 폐지하는 것, 두 안을 갖고 국토위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국토위 소속 민주당 간사인 복기왕 의원도 한 라디오에 출연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대해서 저희도 적극적으로 찬성을 하고 있다”며 “이것을 대폭 완화한다든지 혹은 폐지한다든지 해서 주택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다고만 하면 얼마든지 결정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재초환은 재건축을 통해 얻은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 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대 50%를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도입됐지만 환수 사례 없이 2014년부터 시행이 유예되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부활했으나 그 이후로도 지금껏 실제 환수된 사례는 없다.
이 차관은 최근 유튜브에 출연해 “나중에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집을) 사면 된다”고 말했고, 이후 갭투자 의혹에 휩싸이면서 앞선 발언이 논란을 불렀다. 이날 이 차관은 국토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차관은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 고위 공직자로서 국민 여러분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내 집 마련의 꿈을 안은 국민 여러분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전날 민주당은 이 차관의 발언에 대해 당 차원 사과를 표명한 바 있다. 전날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최근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당 최고위원이자 국회 국토위원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며 당의 공식 입장임을 밝혔다. 당 차원 사과에 이어 논란이 불거진 이 차관도 직접 등판해 사과 입장을 전한 것이다.
이 차관의 사과에도 정치권에선 이 차관의 거취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이날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이 차관 언행이 쟁점으로 오른데 이어 사퇴 촉구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도 나왔다. 국민의힘 김희정 의원은 “이재명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 내세우며 대출 규제 강화하고 실수요자 중심 시장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상경 차관은) 갭투자를 했다”며 “앞으로 정책에 대해 신뢰할 수 있도록 국토위 차원에서 이상경 사퇴 촉구를 결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또한 부동산 정책 논란과 관련 책임을 추궁하며 정책 입안자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번 대책을 설계한 핵심 인사들을 ‘10·15 부동산 재앙 4인방’이라고 지칭하며 날을 세웠다. 특히 보유세 관련해 민주당 내부에서 이견이 불거지는 점을 공략해 “보유세 인상 논란으로 당·정·대 메시지가 엇갈리며 시장 혼란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세 강경파’인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전날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재차 주장한데 반해, 이날 서울시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박주민 의원과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등이 보유세 인상 신중론을 펼치며 당내 이견이 드러난 부분을 파고든 것이다.
이날 국민의힘은 진 의원이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영상으로 내보내며 당 최고위원회를 시작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보유세 인상으로 집 가진 국민은 세금 폭탄을, 집 없는 국민은 세금만큼 폭등한 전·월세 가격 폭탄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