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 개인전 ‘시선의 흔적’ 설치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전시가 거의 막바지다. 오는 26일 막을 내리는 이광호 개인전 ‘시선의 흔적 Traces of Gaze’이다.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조현화랑에서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서울 창동스튜디오 레지던시에서 발표한 ‘Inter-View’ 프로젝트 이후 19년 만에 초상화 작업에 복귀해 8점을 선보인다. 핀홀 렌즈를 통해 포착된 흐릿하고 불완전한 이미지를 캔버스에 그렸다. 모델과 오래도록 교감할 수 없어 선택한 방법이 사진을 찍고, 그것을 그리는 방식이다.
이광호, Untitled 9494, 2024. 조현화랑 제공
이광호, Untitled 9662, 2025. 조현화랑 제공
작가는 “인터뷰 시리즈를 하면서 그림에 관한 생각을 180도 바꾸었다”고 말했다. 눈이 느끼는 감각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최근엔 눈도 나빠졌다. 뿌옇게 보이는 상태를 솔직하게 그렸다. 거기엔 의미가 개입될 여지가 없었다. 내 눈에 보이는 대로, 촉각대로 그린 그림이다. 의미를 제거하고 사물을 본다는 게 어렵지만 그렇게 했다. 다만, 사진과는 다르게 화가의 호흡을 느낄 수 있길 바랐다. 그 작가만이 가지고 있는 테크닉 혹은 매너, 터치 같은 거다.
이광호 개인전 ‘시선의 흔적’ 설치 전경. 조현화랑 제공
이광호, Untitled 4652-79, 2025. 조현화랑 제공
또한 이번 전시에선 화랑 2층 벽면 18m를 76개의 구획으로 나눠 배치한 ‘Blow-up’ 연작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그림은 감상하는 게 아니라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풍경을 그리는 것과 인물을 그리는 것은, 결코 다르지 않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1967년생 이광호 작가는 1994년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현재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관람 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30분.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