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조사한 쌀 20kg 소매가격은 10월 22일 기준으로 6만 5756원이다. 이 가격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가격을 평균한 것이다. 한 가마니 80kg으로 하면 26만 3024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5% 올랐다. 5년 평균가격에 비해선 19% 상승했다. 그런데 10년 전인 2015년 10월 쌀값은 20kg당 4만 3782원이었고 20년 전 쌀값은 오히려 더 높은 4만 5717원이었다.
경제가 성장하면 재화나 상품의 가격은 매년 조금씩 오른다. 경제가 성장기에 있다면 물가상승률이 연 2% 정도 되는 것이 정상적이다.
다만, 쌀값에 대한 생각은 고정돼 있는 것 같다. 20kg짜리 쌀값이 아주 오랜 기간 4만~5만 원 정도에 머무르다보니 ‘쌀은 항상 이 정도 돈을 주고 사먹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언론에서 ‘쌀값 폭등’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무서운 속도로 올랐다고 말한다. 식당에서 공깃밥 2000원이 3000원으로 오를 것이라는 예측도 한다.
통상적으로 공깃밥 한 그릇 무게는 200~300g이다. 20kg 쌀로 200~300g짜리 밥공기를 만들면 180~200그릇까지 나온다. 쌀 무게에 물 무게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6만 5000원을 주고 쌀을 사면 200공기는 먹는다는 것이다. 쌀은 필수재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최상의 가성비 식품이 아닐 수 없다. 통상적으로 쌀값이 25% 정도 올랐다고 해도 가계에 부담을 주게 되는 수준은 아니다.
손세희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농식품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쌀 가격이 올랐다고 뉴스가 많이 되는데 다른 상품의 가격 상승 정도를 보면 별로 오른 것도 아니고, 수확기가 되면 또 내려간다”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년 전 자장면 가격은 평균 4636원이었는데 지금은 7577원이다.
사람들이 쌀값 상승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쌀에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직불금과 같은 농민들에 대한 정부 지원, 외국산 쌀 수입 금지, 정부의 쌀 수매 정책 등 때문이다. ‘쌀에 이처럼 많은 지원을 하는데 왜 쌀값이 올라가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쌀도 시장의 수급에 따라 가격이 움직인다. 쌀값에 대해 좀 너그러운 마음이 필요하다.
김덕준 세종취재부장 casiopea@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