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정책서민금융·채무조정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부산 남구 BNK부산은행 본점에서 열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방 우대 금융 간담회’에서 ‘지방 우대 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40%가량인 정책금융의 지역 공급 비중을 2028년까지 45%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내년부터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4개 정책금융기관에 ‘지방 금융 공급 확대 목표제’를 신설해 연간 정책금융 자금을 125조 원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 지역에 이자를 더 낮추고 한도는 높이는 지방 전용 대출·보증 상품을 만든다고 한다. 금융 자원의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한다는 점에선 바람직하다.
실제로 수도권 집중에 따른 자본의 쏠림 현상은 심각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권의 수도권 대출 비중은 2020년 61.4%, 2021년 61.8%, 2022년 62.3%, 2023년 62.6%, 2024년 63%로 매년 확대되고 있다. 지방에 대한 전체 기업 대출(36.6%), 벤처 투자(24.7%), 정책금융기관의 자금 공급(40.0%) 비중은 지방의 인구(49.4%)나 지역내총생산(GRDP·47.6%)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금융이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미래 산업 육성이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수도권 쏠림에 일조했다고 여겨질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지역 기업들을 지원하겠다고 늘 말하지만, 현장에선 이를 쉽사리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은 23일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 부산본부장에게 부산 중소기업 자금 지원의 실효성 제고 방안을 질의했다. 국감에 따르면 한은 부산본부는 7579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 지원 자금을 운용하고 있지만, 2014년 이후 한 차례도 한도를 올리지 않았다. 부산 지역 금융·경제 규모가 지난 10년간 급격히 커졌고,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하면 중기 지원 자금의 지역경제 지원 효과가 낮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은 부산본부는 지역경제에 기여도가 높은 산업과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에 자금을 적극적으로 공급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 지원 자금의 효율적 운영과 한도 조정 등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지역 기업들은 글로벌 통상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정, 원자재 단가 상승,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정책금융 기관들은 지역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서 살아남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기업들이 뿌리를 내린 지역의 경제가 탄탄해야 기업 이전은 물론 지역균형발전도 활성화된다. 지역에 대규모 기업 투자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세제 감면, 규제 특례, 재정 지원, 정주 여건 개선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기회발전특구’의 취지도 금융이 함께 어우러져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