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의 한 예술고등학교에서 재학생 3명이 숨진 사건을 둘러싸고 학교와 학원과 결탁 구조, 예술계 입시 제도의 문제점이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의원들은 증인으로 출석한 해당 학교 교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와 함께 부산시교육청 직원의 횡령 사건과 학교 내 외부인 침입 증가 등 지역 교육 현안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23일 오후 1시 경남도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장 큰 쟁점은 지난 6월 벌어진 부산 고교생 3명 사망 사건이었다. 해당 학교 교장 A 씨가 증인으로 출석하자, 의원들은 학교와 학원의 유착 의혹과 사립학교 운영의 불투명성을 잇달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비례) 의원은 “A 씨가 무용학원 원장들과 결탁해 학원 이동을 통제하고 입시 이권을 나눠 가졌다. 이는 개인 일탈이 아닌 제도적 비리이자 입시 카르텔”이라며 “교육부는 예술고 전반의 입시·학원 연계 구조를 전수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비극을 되풀이한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정을호(비례) 의원은 “2021년에도 같은 학교에서 학생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학교, 같은 과에서 반복된 비극이며, 당시 부장교사였던 A 씨가 이번 사건에서도 중심에 있지만 여전히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돈 중심의 교육과 폐쇄적인 학교 구조가 사태의 핵심”이라며 “교육청 감사가 단순히 학교 정상화 점검에 그칠 게 아니라 원인과 책임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도 개선을 통한 공정성 회복을 주문하는 제안도 제시됐다. 감사반장인 국민의힘 조정훈(서울 마포갑) 의원은 “예술고 입시는 작품 하나로 당락이 결정되는 만큼 공정성이 생명인데, 학원과 학교가 얽힌 구조 속에서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며 “백 번 양보해 교장이 카르텔의 일부가 아니더라도 기성세대로서 책임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술계 입시 불공정 제보센터를 설치해 학원 결탁과 입시 비리를 상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는 부산시교육청 소속 직원 2명이 10억 원가량을 횡령한 사건도 거론됐다. 조국혁신당 강경숙(비례) 의원은 “이 정도 규모면 개인 일탈로 보기 어렵다. 결재와 검증 체계가 사실상 붕괴된 것”이라며 “교육감 취임 이전 발생한 일이라도 현재 부산시교육청이 신뢰 회복을 위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의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정을호 의원은 최근 5년 동안 부산 지역 학교에서 외부인 무단 침입 사건이 76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 학교 내 외부인 침입 사건 1272건 중 93건이 부산·울산·경남에서 발생했고, 그중 80% 이상이 부산에서 일어났다”면서 “그럼에도 부산 초등학교 140곳, 중학교 70곳, 고등학교 74곳의 정문과 담장에 아직 CCTV가 설치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아이들의 안전을 운에 맡긴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횡령 사건은 내부 관리와 통제가 미흡했던 점을 인정한다. 법인카드 결제 시 관리자가 실시간으로 내역을 확인하고, 심야 시간대 결제를 자동 차단하는 등 시스템을 강화했다”고 답했다. 또한 학교 내 외부인 침입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사전 방문 예약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시설 점검을 거쳐 CCTV 등 안전 장비를 조속히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