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가 직항만 탄다 [비즈앤피플]

입력 : 2025-10-2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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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공항 입국 외국인 99% ‘직항’
내국인 직항 이용자 비율도 99%
대형항공사 ‘허브공항 중심’ 운영
LCC ‘중소도시 연결 전략’에 밀려
김해 신설 요구 노선 1위는 미국

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김해공항 승객 '직항'에만 쏠리는 이유는

대만의 양대 항공사 가운데 하나인 에바항공은 지난 21일 부산~타이페이 직항 노선에 취항했다. 에바항공이 한국에 새로운 취항지를 개설한 것은 13년 만이다. 제주항공도 오는 12월 17일부터 부산~푸꾸옥 노선을 매일 운항한다. 에어부산은 2024년 부산~발리 노선에 단독 취항하는 등 직항 노선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국내외 항공사의 부산 직항 개설에 대해선 항공 시장에서 ‘직항 수요’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 여객 조사에서 드러난 ‘직항 선호’


직항 노선의 경쟁력은 항공 여객 조사에서 드러난다. 한국항공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4년 항공여객 이동특성 조사’(2024년 7월 22일∼10월 12일, 국내 공항 이용 내외국인 총 1만 2919명 대면면접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천공항을 이용한 해외 거주자 가운데 다른 항공편으로 갈아타는 환승 예정자는 10.2%에 그쳤다. 인천공항이 ‘최종 목적지’여서 국내나 해외 다른 공항으로 이동하지 않는 승객이 89.8%에 달한 셈이다.

김해공항 이용자 대상 조사에서는 직항 선호가 더 분명하게 확인됐다. 김해공항을 이용한 해외 거주자 가운데 출발지에서 직항으로 한국에 들어왔다는 응답은 99%에 달했다. 이들이 이용한 국내 입국 공항은 김해공항이 98%였다. 조사 대상 528명 가운데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국내 교통편으로 부산을 방문해 김해공항에서 응답에 응한 승객은 8명(1.8%)에 불과했다.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절대 다수가 직항을 이용한 셈이다.

직항 선호는 국내 거주자에게서도 확인됐다. 김해공항을 이용한 국내 거주자에게 도착 공항에서의 환승 여부를 물어본 결과 직항 이용자 비율이 99%였다. 응답자 510명 가운데 환승 노선을 이용한다고 답한 사례는 단 3명에 불과했다.


에어부산의 발리 노선 홍보 이미지. 에어부산 제공 에어부산의 발리 노선 홍보 이미지. 에어부산 제공
제주항공의 부산~푸꾸옥 노선 취항 홍보 이미지. 제주항공 제공 제주항공의 부산~푸꾸옥 노선 취항 홍보 이미지. 제주항공 제공

인천공항과 김해공항, 선택 이유가 다르다

직항 노선 수가 ‘비교 불가’인 인천공항과 김해공항은 공항을 선택한 이유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두 공항 모두 공항 선택 이유 1위가 ‘원하는 항공 노선이 운행하고 있어서’였지만 구체적인 내용에서 차이가 드러났다.

장거리 국제선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인천공항의 경우 ‘노선 운행’ 때문에 선택했다는 비율이 57.5%에 달했다. 반면 김해공항은 같은 이유로 공항을 선택한 비율이 33.2%에 머물렀다. ‘거주지에 가까운 공항이어서’라는 응답은 인천공항이 8.2%에 그친 반면 김해공항은 24%에 달했다. 인천공항의 경우 이용자의 거주지에서 멀지만 직항 노선을 운항하기 때문에 이용하는 승객 비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셈이다.

환승 승객의 환승 이유도 달랐다. 인천공항을 이용한 해외 거주자의 경우 ‘입국 시 직항이 아닌 환승을 선택한 이유’(복수응답)로 ‘항공 운임이 저렴해서’가 48.0%로 가장 높았다. 반면 김해공항을 이용한 해외 거주자의 경우 입국 시 직항이 아닌 환승을 선택한 이유로 ‘항공 운임이 저렴해서’와 ‘목적지까지 직항 노선이 없어서’가 모두 60%로 1위를 기록했다.

단일 허브공항 전략의 한계

정부가 ‘허브 공항’ 정책을 고수하며 ‘인천공항 몰아주기’를 계속하고 있지만 외국인 입국자의 ‘환승’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난 항공업계가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직항 노선 개설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특정 대도시의 허브공항을 중심으로 운항하며 환승 승객을 공략하는 대형항공사(FSC)의 ‘허브 앤 스포크’(Hub-And-Spoke) 전략이 전 세계 중소도시를 직항으로 연결하는 LCC의 ‘포인트 투 포인트’(Point-To-Point) 전략에 밀리는 모습이다.

‘허브공항’은 대형 항공사들이 자사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채택한 전략이다. 애틀란타 공항을 허브공항으로 이용하는 미국 델타항공의 경우 주요 노선을 운항하는 대형 항공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미국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국제선 핵심 노선 수요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허브공항 전략은 그러나 승객 입장에서 환승을 강요당하는 단점이 있다. 연결 항공편이 늦어질 경우 여행 스케줄이 전체적으로 꼬이는 문제도 있다.

반면 중소도시를 직접 연결하는 포인트-투-포인트 전략은 LCC가 주로 채택하고 있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이나 유럽의 라이언에어 등이 포인트-투-포인트 전략을 편다. 환승을 하지 않는 직항 노선의 편의성을 겨냥한 전략으로 소형항공기를 다수 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포인트-투-포인트 전략은 목적지에 빨리 도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요가 한정적인 단점도 있다.

포인트-투-포인트 전략의 승패는 결국 취항 도시의 ‘경쟁력’이 가른다. 중소도시 노선의 대부분은 ‘관광’ 목적인 승객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부산은 이런 도시 경쟁력에서 강점이 확인된 상태다. 대만 직항 노선 개설 이후 부산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관광 도시 부산’의 면모가 새롭게 부각됐다. 그동안 외국인 관광의 ‘수도권 일극화’에 대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던 전문가들도 중화권 관광객들이 부산을 ‘관광 도시’로 인식하는 데 대해 반박하지 않는 모습이다.

김해공항, 미국 노선 신설 요구 높다

외국인 관광객의 ‘인바운드’ 수요 이외에 내국인의 ‘아웃바운드’ 수요도 직항 개설 필요성을 높인다. 2019년 959만 명이던 김해공항의 국제선 이용객은 코로나19로 급감했다가 다시 반등해 지난해 900만 명을 넘겼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해공항의 경우 특히 장거리인 미주 노선 증설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여객 이동특성 조사에서 김해공항 이용자에게 ‘신설 또는 증설이 필요한 국제선 국가’를 물어본 결과 ‘미국(하와이 제외)’ 노선 증설 의견이 11%로 가장 높았다. 인천공항 이용자의 증설 요구 1위 노선이 ‘일본’ 노선인 것과 대조적이다. 김해공항의 경우 신·증설 요구 노선 1+2순위(1위와 2위 합산 순위)는 ‘하와이’였다. 뒤이어 ‘호주’ ‘뉴질랜드’의 순으로 중장거리 노선의 증설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김해공항에 장거리 직항 수요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직항 확대는 당분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해공항의 주요 시간대 슬롯(항공기 이착륙 가능 횟수) 활용률이 90%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평일 기준으로 ‘선호 시간대’인 오전 7~10시 김해공항의 슬롯 활용률은 89~92%다.

김해공항 이용자를 대상으로 선호 시간대를 조사한 결과 오전 6~9시를 ‘1순위’로 꼽은 이용자가 45.3%에 달했다. 선호 시간대가 아닌 슬롯을 이용할 경우 항공사의 모객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관광 수요가 대부분인 김해공항의 경우 비선호 시간대 노선은 경쟁력이 떨어진다.

김해공항은 공항 편의시설 확대 요구도 높다. 인천공항이 2개의 터미널에 대형 쇼핑시설과 호텔 등을 갖춘 반면 김해공항은 터미널 혼잡도가 높고 면세점 규모도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해공항 이용자를 대상으로 공항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조사한 결과 1순위 응답 기준으로 ‘공항 편의시설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노선 신설 또는 증설’ ‘항공요금 인하’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서는 “국내선 슬롯이 빠져나가고 대규모 편의시설을 갖춘 가덕신공항이 개항된 이후 본격적인 부산발 직항 증설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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