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제19회 세계해양포럼 해양금융 세션에서는 위험 분산을 위한 다양한 금융 기법에 대한 활발한 의견 개진이 이뤄졌다.
니코스 노미코스 영국 런던 베이즈경영대학원 교수는 운임선도거래(FFA)가 운임 변동성이 큰 해운 시장에서 위험 분산에 효과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미코스 교수에 따르면 FFA 거래는 2023년 약 300만 건 이뤄졌는데, 이는 불과 1년 새 40% 성장한 수치다. 그는 “해운시장은 정보 공유가 제한적이라는 특징이 있어 시장 참여자들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정보 부족에 따른 불확실성과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운임 선도거래를 하는 새로운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FFA가 성장하면서 기존 시장 참여자 외에 일반적인 금융 소비자들도 은행이나 각종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쉽게 운임 시장에 접근하고 있으며, 그 덕분에 시장에 데이터 기반 환경이 구축되고, 선사들이 운영 성과 개선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동해 부산국제금융진흥원 해양금융센터장은 ‘환리스크를 고려한 원화 선박금융 도입 방안’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국제 금융시장의 존재가 미미한 원화를 최소한 국내 선박 시장에서만큼이라도 활용함으로써 외환 위험성에 대처할 하나의 수단이 되지 않겠냐는 취지다.
이 센터장이 주목한 것은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 같은 국내 에너지공기업이다. 100% 내수산업으로 매출 전체가 원화수입이다. 이 센터장은 “에너지 공기업을 비롯해 공공 부문이 참여한다면 국내 전체 선박금융시장의 30% 정도는 원화 거래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원화 거래가 활성화된다면 달러 조달에 가장 어려움을 겪던 지방은행이 완전히 역전된 위치에서 선박금융에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윤구 ING 싱가포르 교통물류부문장은 바젤3 협약이 해운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정 부문장은 “금융기관이 보유한 자본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바젤협약이 강제성 있는 협약은 아니지만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금융기관이 과거보다 선박금융 투자 비율을 높이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는데, 이로 인해 부도율을 낮추기 위해 신용도 높은 선사만 대출하고, 중소 선사에는 대출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최재성 클락슨스코리아 대표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선박 종류는 컨테이너와 자동차운반선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산 선박에 대한 추가 항비 부과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향후 조선 부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최 대표는 예상했다. LNG운반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박에서 강력한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 중국 조선사의 수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