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지자체에서 재개발 사업에 따라 확보한 800평(2645㎡) 규모의 공공 부지가 2년 만에 150평(496㎡) 규모 부지로 변경돼 논란이 인다. 구의회에서는 구청의 안일한 행정으로 가치가 70억 원이 넘는 도심 부지를 놓쳤다고 지적하는데, 구청은 행정 처리 과정에서 조합이 입장을 변경해 불가피하게 벌어진 일이라고 항변한다.
23일 부산진구청에 따르면 구청은 2023년 6월 부산진구 양정동 양정1구역 재개발조합으로부터 800평 면적의 공공청사 용지를 기부받기로 했다. 개발에 따른 이익의 일부로 공공에 기여하는 취지였다. 하지만 23일 기준으로 공공청사 용지의 소유권은 부산진구청에 넘어오지 않았다. 조합이 지난해 7월 기부채납 관련 행정 절차가 지연됐고, 그에 따라 준공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이유로 구청에 기부 취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정비계획 변경 논의가 1년 넘게 늘어진 데다, 추가 비용에도 부담을 느낀 조합은 결국 정비계획 변경 신청을 취하하기로 했다. 지난 6월 조합은 대신 구청에 양정1구역 밖에서 대체 부지를 매입해 기부하기로 했다. 해당 부지의 면적은 약 150평, 가치는 20억여 원으로 추정된다. 구청은 해당 부지에 접해서 이미 조성된 주거지 전용주차장을 허물고 대체 부지와 합쳐 행정복지센터 등의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공공기여 변경은 최근 구의회의 행정사무조사 요구를 통해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 구의원들은 이달 초 공공기여 변경을 두고 행정사무조사를 청구했다. 조합이 구청 측에 제시했던 약 800평의 기부채납 부지의 확보가 지연된 경위를 점검하고 책임 소재를 밝히자는 취지였다. 지난 22일 행정사무조사 요구 안건은 표결을 거쳐 부결됐다.
민주당 소속 구의원들은 구청의 실책으로 약 77억 원에 달하는 800평 면적의 도심 부지 가치가 20억 원으로 평가되는 150평 부지로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부산진구의회 성현옥 부의장은 “현재 구청이 대체 부지에 검토하고 있는 행정복지센터 신축은 5년 전에 해당 청사가 리모델링돼 그 필요성이 낮다”며 “구청이 조합 측에 준공인가 조건으로 제시한 대체부지 공공기여의 산출 근거 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당초 800평에 달하는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청은 부지 활용 계획 등을 검토하기 위해 내부 협의 등 필요한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로드맵에 따라 사업을 수행하는 조합 측이 불가피하게 기부 의사를 철회한 것이라고 해명한다. 구청은 2023년 6월부터 지난해까지 조합의 정비계획 변경 신청을 검토하고, 내부 논의를 거쳐 조합 측에 부지 활용 방안에 대한 협의를 회신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밟았다는 입장이다. 부산진구청 관계자는 “기부채납 부지 활용 계획에 대해 구의회에서 공유재산 심의를 받아야 하는 등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들이 있어 준비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대체 부지는 확정된 것이 아니라 조합 측의 제안으로 충분한 검토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