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항 신선대감만터미널(BPT) 전경. BPT 제공
				
			야드트렉터에 자율주행 기술 탑재둔탁한 쇳소리가 바다와 육지 사이를 울리며 퍼진다.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팔을 뻗어 바다 위로 천천히 미끄러지고, 그 아래에서는 수백 개의 컨테이너가 정돈된 채 대기하고 있다. 부산 북항 신선대·감만터미널(BPT) 야드에는 대형 크레인이 분주히 움직이지만, 사람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설비 무인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된 덕분이다.
지상 수십 미터 위 철제 프레임 끝에 자리한 흰색 박스형 캐빈은 과거 조종사가 머물던 공간이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던 그 조정석은 이제 사라질 예정이다. 앞으로는 사무실 안 원격제어 모니터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지난달 30일 찾은 북항 신선대·감만부두에서 만난 한형석 BPT 운영기획실장은 “조종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35~50미터 높이로 올라가야 하는데, 날씨가 좋지 않으면 작업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며 “무인 장비를 도입하면 사무실 안에서도 크레인을 조종할 수 있다”고 말했다.
BPT는 부산 북항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다. 1991년 문을 연 신선대와 1998년 개장한 감만 부두를 2016년 통합해 출범했다. 두 터미널은 오랫동안 부산항의 출발점 역할을 해왔지만, 시설 노후화로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었다.
부산 신항이 완전 자동화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자, 북항도 변화를 선택했다. BPT는 2029년까지 총 977억 원을 투입해 항만 장비 자동화를 추진 중이다. 올해만 해도 무인 야드크레인 7대와 전기 운반 장비 20대를 도입하는 데 433억 원을 투자했다. 이미 북항은 운전석 없이 스스로 컨테이너를 올리고 내리는 무인 야드크레인(ARMCG) 8대를 도입한 상태다. 무인화 이후 BPT의 연간 물동량은 2016년 306만TEU에서 올해 430만TEU로 늘었다. 이는 인천항 전체 처리량을 넘어섰다.
BPT는 신선대는 내년, 감만은 2027년까지 안벽 크레인 100% 자동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조문대 BPT 영업팀장은 “최종적으로는 하역장 내 모든 설비를 자동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BPT는 자동화가 완성되면 서비스 운영 효율이 기존 대비 30% 이상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항은 국내 수출입 물량의 61.6%, 환적 물량의 97.2%를 처리한다. 이 중 북항은 전체의 약 26.9%를 담당하며 부산항의 또 다른 핵심 축으로 기능한다. 신항이 미주·유럽 노선을 중심으로 한 원양 거점이라면, 북항은 중국·일본·동남아 등 연근해 노선의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실제로 북항에 기항하는 선박의 90% 이상이 국적선사 소속이다. 또한 북항은 ‘세컨드 포트(Second Port)’로서 국가 물류망의 안전판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물류가 신항에 집중될 경우 사고나 재해 시 전체 물류 흐름이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차량이 컨테이너를 싣고 달리는 미래 스마트항만 구현도 눈앞에 다가왔다. 신선대·감만터미널이 올해부터 4년간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로 지정돼 ‘야드트랙터’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BPT는 위치 기반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프리게이트(Digital Pre-Gate)’ 시스템도 도입했다. 이 기술은 화물차의 이동 경로를 자동으로 관리해, 차량이 가상 구역을 통과할 때마다 모바일 앱을 통해 이동 지시를 받을 수 있다. 덕분에 기존 게이트를 거치지 않고도 외부 장치장으로 곧바로 이동이 가능하다. 이 시스템으로 외부 장치장 이동 거리는 2km에서 1km로 단축됐고, 교통 혼잡과 사고 위험도 크게 줄었다.
자동화·무인화의 핵심은 안전이다. 높이 50미터에 이르는 크레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낙하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정행 BPT 대표는 “하역 장비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와 재해예방시설 확충, 협력업체와의 공동 안전보건 활동을 통해 자율적·참여형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북항 소재 신선대감만터미널(BPT)에서 안벽 크레인이 작업하고 있다. BPT 제공
				
			이 기사는 (재)바다의품과 (사)한국해양기자협회의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